반가워, 여유가 내게도 찾아오는 중
24.05.16(목)
20대, 낯설다는 건 새롭고 즐거웠다. 익숙하다는 건 지루하고 재미없었다. 그렇기에 늘 낯선 곳을 찾아 부단하게 돌아다녔다.
30대, 새롭다는 건 낯설고 조심스러워졌다. 지루하다는 것보단 익숙하다는 감정이 더 자연스러웠다. 그렇게 만나는 사람, 가는 장소가 낯 섬에서 익숙함으로 자리 잡히기 시작했다.
오늘은 일을 하던 중 2시간 정도 비는 시간이 생겼다. 그냥 시간을 보내기 아쉬워 지후에게 근처 카페 가서 책을 읽자고 제안했다. 요즘 푹 빠진 천선란 작가님의 “천개의 파랑”을 읽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고 선선한 바람이 부는 오늘, 테라스가 있는 카페 앉아 책을 읽을 상상만으로도 이미 온몸이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지후는 가까운 곳에 바다가 보이는 카페가 있다며 가자고 말을 꺼냈다.
“바다?!”
바다라는 단어에 한번 더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들뜬 마음으로 카페를 향했다. 생각해 보니 송도에 와서 일을 시작하고 정말 일만 했기 에기 가까운 곳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 전혀 몰랐다. 지도를 켜보니 바다가 정말 가까웠구나. 차 타고 5분 정도 움직였을까? 카페가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낯선 게 정말 좋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익숙한 곳을 찾게 되더라. 카페도, 사람도. 그런데 요 며칠은 익숙하지 않은 사람과 장소를 경험했는데 꽤 설레더라. “
그렇다. 카페를 보는 순간 설레었던 것 같다. 입에선 그 설렘을 표현하는 말이 나오고 카페에 들어선 순간 그 설렘이 온몸에 피가 흐르는 것처럼 흐르는 기분을 느꼈다.
음료 한 잔에 7,500원이라는 말도 안 되는 금액이 전혀 아깝지 않을 수 있는 하루. 음료를 들고 테라스로 향했다. 책을 읽고 싶어서 갔지만 책 보다 풍경에 심취해 카메라 셔터를 쉬지 않고 눌렀다. 풍경 사진을 찍는 걸 좋아했던 내 모습이 새록새록 떠오르며 그 시절 그 감정 또한 함께 내 안으로 들어왔다.
“윤슬이다.” 지후 역시 설레고 있는 듯했다.
책을 읽고 풍경도 보고 그렇게 시간을 보낸 1시간이 사라졌다. 그냥 돌아가기 아쉬워 바다가 좀 더 가까워 보이는 장소에 들렀다 가기로 했다. 수많은 갈매기가 우리를 반겨주는 것 같았다. 갈매기 무리 속 비둘기가 숨어 있었다. 깨알같이 그걸 찾아낸 지후, 깔깔 웃으며 마치 미운오리새끼처럼 표현하는 게 지후다움이 느껴졌다.
갈매리 한 마리 낚아보겠다며, 사실 오면 무서울 것 같지만 말이다. 그렇게 우리의 짧지만 긴 여행(?)이 끝나갔다. 차에 오르며 오전에 일했던 시간이 잊힌 놀라움. 늦은 시간이 돼서야 출근하는 것 같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다시 일을 하러 돌아갈 수 있었다.
아, 갈매기를 이렇게 자세히 오랫동안 본 적이 있었을까? 생각보다 잘생긴 갈매기의 얼굴에 감탄을 해버렸다. 이목구비가 또렷하게 요놈? 낯선 곳에서 찾는 새로움의 재미를 다시 알아가는 순간.
어쩌면 20대여서, 30대여서가 아닌지도 모르겠다. 나의 20대는 여유가 있었고, 나의 30대는 여유가 없었던 순간들이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는 건 요즘 나에게 여유가 조금씩 찾아오고 있다는 걸까?
조금씩 변하는 나의 하루들. 그 안에서 발견하는 내 모습들. 글을 쓰면서 나에게 더 솔직해지는 이 순간의 기록들이 앞으로 날 더 여유롭게 만들어줄 것 같다.
당신의 하루는 어땠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