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는 과거일 뿐

내 모습은 초라하지 않아.

by Biiinterest

24.05.18(토)

퇴근, 오늘은 카페에서 하루를 정리하고 일찍 집에 들어가 자고 싶었다. 요즘 계속 밤에 자고 싶지 않단 이유로 수면 시간이 너무 적어졌다. 딱히 알차게 새벽을 보내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오늘은 꼭 일찍 자겠다는 다짐을 하며 부지런히 밥을 먹고 카페에서 오늘의 롤 MSI 경기만 딱 보고 밀린 일기와 편지 하나만 쓰고 후딱 가서 자러 가려했다. 예상보다 길어진 경기가 또 늦은 귀가를 만들고 있지만 말이다.


카페에 도착, 내 아지트 무인 카페에서 나만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 들어왔는데 한 커플이 핸드폰으로 뭔가 보고 있었다. 에어팟을 끼고 있어서 잘 들리지 않았지만 작은 화면에 내가 보려고 한 MSI 경기가 보이는 듯했다. 에어팟을 빼고 소리를 들어보니 역시 맞았다. 노트북을 켜고 경기를 보기 위해 준비하면서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저도 같은 거 보는데 혹시 같이 보실래요?" 요즘 다시 E의 성향으로 돌아가려고 노력하는 내 모습이 나온다. 고맙다며 합석을 하고 같이 시청을 하게 됐다. 좀 더 적극적인 대화를 시도할까 생각했지만 오늘은 이 정도만 하자는 생각으로 말았다. 길어진 경기를 끝까지 다 보고 감사하다는 인사로 작별했다. 별 것 아닌 이런 작은 행동들이 예전의 내 모습으로 돌아가려는 발버둥 같은 느낌이지만 썩 나쁘지 않다.


낯선 사람들과 함께 대화하는 게 참 즐거웠었다. 돌이켜 보면 그 시절에는 이야기를 듣는 것도 좋아했지만 내 이야기를 하는 걸 특히 좋아했던 것 같다. 나를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나를 드러내는 순간에 느끼는 쾌감을 즐겼다고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나의 삶이 꽤 그들에게 즐거워 보이는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재밌게 들릴 것을 본인 스스로 잘 알았기에 더 신이 난 상태로 사람들과의 대화를 찾아다녔던 것 같다. 하지만 남들과 다른 인생을 선택하고 시간이 흘러 뚜렷한 성과를 내고 있지 못한 지금의 내 모습은 조금 아니, 많이 초라하다고 느껴지기에 사람들과의 만남을 피하고 사는 것 같다. 이런 내 모습을 깨달은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한 때는 내가 왜 길을 틀었을까. 역시나 내 인생 내가 꼬는 내 모습. 후회한다고 달라지는 건 없었다. 그리고 그다지 후회가 되지도 않았다. 그렇지만 초라해 보이는 현재의 내 모습은 싫었다. 내가 초라하다고 여기는 순간 내 인생은 정말 초라해지겠지? 그렇다면 그러지 말자. 초라하지 않아!


초라하지 않은 내 인생. 남들과 조금 다르게 살아왔을 뿐. 남들이라고 하기에도 웃기다. 그저 대학교 선배, 동기, 후배들과 다르게 살뿐.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내 소속이 이제는 다른 곳으로 바뀌었을 뿐. 하지만 어딜 가서 다시 내 이야기를 하는 순간이 찾아오면 과거의 영광이 있던 시절이 자연스럽게 입에 담아진다. 아직 내 현재가 부끄럽다고 느끼고 있다는 증거인 듯싶다. 눈앞에 책이 하나 보인다.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아주 적절한 책이 내 눈앞에 있다. 그래, 나는 나다. 나답게 살아 보자. 나는 평범하지 않은 사람이니까. 앞으로도 잘 부탁해.


당신의 하루는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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