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속도를 맞춘다는 것

나, 너 그리고 우리

by Biiinterest

24.05.17(금)

어제의 달리기가 가벼웠던 터라 오늘도 어렵지 않게 러닝을 하는 게 부담스럽지 않았다. 새로 사귄 부천 친구에게 같이 러닝을 할까 물어봤다. 뜻밖에 답변에 당황스러워 답을 고민했다. "친한 언니랑 뛰기로 했는데 같이 뛸래?" 아직 누군가와 함께 뛰지 않았고 부천 친구와도 오늘 만난다면 세 번째 만남이기에 조금 어색하지 않을까 고민을 했다. 물론 내 성격이 이런 자리를 낯설어하지 않을 것을 알지만 고민에 핑곗거리가 필요했던 것 같다. 조금 거리가 있는 곳에서의 러닝이기에 오늘 할 일도 있고 고민을 좀 더 해봤다. 어제 낯선 곳에서 느꼈던 좋은 감정을 낯선 곳에서의 러닝이 또 만들어 주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함께 달리겠다고 답했다. 그렇게 나의 첫 다른 사람들과의 러닝을 시작했다.


부종(부천종합운동장)이라고 어색하게 줄여서 말한 장소에서 뛰기로 했다. 집에서 버스 타고 30분 거리지만 면도도 하지 않은 상태라 그냥 가기가 조금 민망했는지 씻고 조금 깔끔하게 가고 싶었다. 부지런히 씻고 나왔더니 버스나 지하철로 가기에는 약속 시간까지 가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택시 타는 걸 좋아하지 않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기에 택시를 타고 약속 장소를 향해 갔다. 역시 택시는 빠르고 편리하다. 먼저 도착해서 낯선 이곳을 여기저기 둘러보기 시작했다. 지도로 보니 꽤 넓단 생각이 들었고 잠시 거리를 걷다 하늘을 바라봤다. 나무 사이로 보이는 반달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바로 카메라를 켜서 이렇게 저렇게 찍기 시작했다. 꽤 마음에 드는 사진을 보고 어떤 사진을 스토리에 올릴까 고민하던 찰나에 친구가 도착했다. 그렇게 달리기 장소로 이동해 세 명이 모여서 뛸 준비를 했다.


간단한 스트레칭과 어색한 인사가 오가면서 평균 페이스가 가장 빠른 나에게 맨 앞에서 뛰라고 했다. 개인적으로 빨리 뛰는 것보다 천천히 뛰는 게 더 힘들다고 느껴지는 나에게 이 분들과 함께 뛰려고 하는 페이스는 조금 겁이 났다. 친구는 혼자 치고 나가도 괜찮다고 말했지만 같이 뛰기로 했으니 페이스를 맞춰보겠다는 말과 함께 뛰기 시작했다. 평소보다 느린 페이스에 여유가 넘치게 뛸 수 있었다. 수다라도 떨면서 뛰고 싶었지만 뒤에 있는 분들은 지금의 페이스도 꽤 버거워 보이기에 묵묵히 앞에서 뛰면서 바람을 막아 줄 수 있을 정도의 위치로 움직이면서 뛰었다. 숨이 하나도 차지 않을 정도의 페이스였다. 그러다 보니 이것저것 생각하면서 뛰기에 충분한 여유가 있었다. 다리에 피로가 오긴 했지만 크게 부담될 정도의 피로는 아니었다. 등산도 마찬가지지만 러닝 역시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게 어떤 의미일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누군가의 속도에 맞춘다."


이 한마디가 많은 생각을 머릿속으로 가져왔다. 특히 너(전 여자친구)와의 생활이 훅 들어왔다. 성격이 급한 나와 정말 느리고 여유로웠던 너. 속으로는 너무 답답했던 날들도 많았지만 너의 속도를 존중했다. 그래서 너에게 했던 말이 떠오른다.


"남들이 보기에 느릴지 모르지만 너에게는 충분히 빠른 속도인 거지? 남들에 속도에 맞추려고 노력하지 마. 너의 기준에 때로는 천천히, 때로는 빠르게. 그렇게 너의 속도로 살아가보자. 그러니 조금 느려도 괜찮아."


처음에는 정말 많이 힘들었지만 만남의 시간과 너와 함께 했던 순간들이 모여 너에 대해 잘 알게 된 후로는 내 마음이 그랬다. 나의 속도, 너의 속도 그게 어느 순간 어우러졌던 우리의 순간들이 하나, 둘 머릿속을 헤집고 갔다. 누군가의 속도에 맞춘다는 것, 누군가 나의 속도에 맞춘다는 것이 어렵다는 걸 느꼈던 그 경험이 앞으로도 나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으로 이 생각을 마쳤다.


그렇게 뒷사람들의 발소리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발소리가 멀어졌다고 느껴지는 순간에는 페이스를 좀 더 늦추며 조절을 했다. 처음 해보는 페이스 조절이 쉽지는 않았지만 나름의 재미라고 표현해야 할까? 시간이 정말 잘 갔다. 그렇게 마지막 바퀴까지 잘 마칠 수 있었다. 상당히 지쳐있는 친구에 비해 나는 정말 하나도 숨이 차지 않는 상태라 조금은 의아했던 순간. 그래도 저렇게 힘든 상태로 포기하지 않고 뛰는 친구의 모습에 마음속으로 멋지다는 박수를 쳐줬다. 입 밖으로 하기에는 비꼬는 것처럼 들릴지도 모르기에.


돌아가는 길에 친구에게 물어봤다. "같이 뛰면 장점이 뭐야?" 여럿이 러닝을 해 본 친구에게 정말 궁금해서 물어본 질문이었지만 친구는 나에게 매정하다며 핀잔을 줬다. 그게 아니라 아직 같이 뛰는 게 어떤 장점이 있는지 잘 모르겠어서 물어본 것인데... 조금 매정했으려나...? ㅎㅎ 그래도 앞에서 발소리 들으며 페이스 맞추고 바람도 막아주고 나름 열심히 뛰었어. 그리고 나름 재밌었어. 이렇게 친구에게 늦은 즐거움에 대해 이야기했다. 하지만 배신감으로 답하는 친구. "나는 에어팟 끼고 뛰었는데?" 응? 나는 같이 뛰니까 혹시나 하는 생각에 안 꼈는데 그리고 너희 발소리 들어야 하니까... 젠장 배신감이... 뭐 그래도 즐거웠던 러닝.


누군가 함께하는 순간이 자연스러웠던 나의 인생에서 이제는 혼자가 편해져 가고 있는 순간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렇지만 유독 외로움이 느껴지는 요즘 '우리', '함께'를 찾으며 과거의 내 모습을 그리워하는 하루하루. 이분법적인 생각이 아닌 혼자와 함께가 적절하게 공존하는 일상을 그려본다. 적절한 비율을 찾으며 나의 삶의 적절한 레시피를 찾아보자.


당신의 하루는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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