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해 버렸다.
24.05.21(화)
오늘은 좀 여유 있게 식사를 할 기회가 생겼다. 지후와 선이님 그리고 나, 셋이 오랜만에 수다에 빠질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 이런저런 이야기 속에서 화장실 이야기가 나왔다. 주제의 핵심은 바로 집에서 남자의 소변보는 자세. 이야기의 주제를 꺼낸 건 나였다.
누나가 결혼하고 처음 집에 놀러 갔을 때였다. 화장실에 가려고 하니 누나가 신신당부하면서 말하던 게 생각났다.
"우리 집 규칙은 앉아싸야."
"응?"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었다. 부연 설명을 듣고 화장실로 들어가 앉아서 소변을 보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아주 살짝 거부감이 들긴 했지만 그렇게 신경 쓰이지는 않았다. 그렇게 첫 앉아싸에 대해 알게 됐고 결혼한 친구들이나 여자친구와 같이 살고 있는 친구들을 만나면 종종 이 주제로 대화를 나누곤 했었다. 이번에도 문득 이 생각이 나서 물어봤다.
"앉아싸에 대해서 어떻게들 생각하시나요?"
선이님은 바로 알아들었지만 지후는 처음에 알아듣지 못한 눈치였다. 선이님이 먼저 대답을 하면서 대화가 이어졌다.
"저는 왜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요."
남자아이 둘과 남편과 함께 사는 선이님에게는 어쩌면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될 것 같았는데 역시나 그렇게 답변을 했다. 지후도 이해를 했는지 대답을 이어갔다.
"아, 군대에서는 엎드려싸였죠."
엎드려싸? 군 생활을 좀 편하게 보냈던 나는 전혀 공감이 되지 않았지만 머릿속으로 상상을 했다. 좌변기가 아닌 푸세식 화장실이었으니 고약한 선임이 그렇게 시키기도 했었나 보구나. 특전부대를 나온 지후에게 충분히 있을 법한 이야기라고 생각해서 혼자 상상의 나라를 펼치고 있었다. 선이님도 잘 이해가 되지 않았기에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
"어떻게 엎드려 싸요?"
지후의 답변이 궁금한 나와 선이님은 지후에게 온 시선을 집중했다. 그러자 민망했는지 얼굴이 살짝 붉어진 지후가 웃으면서 얘기했다.
"아... 저희 총 쏠 때는 엎드려쏴였어서..."
지후가 내 어깨를 손으로 치면서 어떻게 엎드려서 싸냐며 민망한 표정을 지었다. 선이님은 그렇다 쳐도 나는 정말 엎드려싸를 상상했기에 너무 웃긴 나머지 크게 웃으며 답했다.
"나 진짜로 엎드려싸는 거 상상했잖아. 푸세식 화장실에서..."
나름의 꽤 진지했던 질문에서 정말 어처구니없는 상황으로의 전환이었지만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다시 가벼운 대화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가끔 보면 정말 어처구니없는 말들을 하는 지후가 종종 사람들을 웃겨준다. 본인은 진지하다는 게 더 웃긴 포인트이지만 그런 지후가 나랑 역시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도 덕분에 꽤 아니 아주 많이 웃을 수 있었다.
당신의 하루는 어땠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