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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남이 Jun 21. 2024

프롤로그

아빠의 육아휴직.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남자가 무슨 육아휴직이야” “좋은 제도긴 한데, 현실은 어렵지 않나?” 다소 부정적인 생각이 머릿속에 먼저 떠오르실 겁니다. 아이를 키우는 직장인 아빠라면 “나도 육아휴직하고 싶다”라고 기분 좋은 상상을 하신 분도 계실 것 같네요.    

 

최근 들어 아이와의 더 깊은 유대감 형성을 위해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아빠들이  점점 증가하고 있습니다.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사회는 아빠들에게 육아휴직을 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줬지만 실제로 사용하기에는 현실이 녹록지 않는 것도 사실입니다.      


특히, 남성의 경우 여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금 더 엄격한 잣대로 육아휴직을 바라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승진을 포기한 사람, 조직 생활에 피해를 주는 사람, 심지어 퇴사까지 각오한 사람’이라고 비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이 부분은 육아휴직에 그나마 관대한 공무원이라는 조직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됩니다. 실제로 남성의 육아휴직 비중은 여성에 비해 훨씬 적은 편입니다. 아빠에게 당연한 육아휴직은 이 세상에 어디에도 없어 보입니다.     


일반화시키긴 어렵지만 아빠들은 대게 집안의 가장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가장은 가정을 이끌어가는 리더로서 가족의 안전을 책임지는 사람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안전은 물질적, 정신적인 범위를 모두 포함합니다.) 이런 한 집안의 가장이 갑자기 육아휴직을 한다니요. 정말 쉽지 않은 결정입니다.   

  

더불어 현대 사회는 맞벌이 없이 아이를 키우기에는 굉장히 어려운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자장면 한 그릇에 9천 원인 요즘 같은 시대에 천정이 안 보이는 물가와 숨만 쉬어도 나가는 아이 부대비용까지 생각하면 맞벌이 부부는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싶다가도 이내 현실에 타협하게 됩니다.      


당장 가계의 수입은 반토막 나고 회사에서는 알게 모르게 주어지는 불리한 핸디캡을 감내할 수 있는 대한민국의 아빠가 세상에 몇이나 될까요? 그만큼 많은 것들을 내려놓고 나서야 ‘육아휴직’을 사용할 용기라는 게 생기는 것 같습니다.      


사회 그리고 부모님 모두가 말리는 상황을 뒤로하고 그럼에도 저희 부부는 ‘공동 육아휴직’을 선택했습니다. 가정을 포기한 거 아니고, 오히려 가정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 ‘공동 육아휴직’을 선택했습니다. 속된 말로 ‘미친 거 아니냐’라고 말씀하시는 분도 계실 것 같은데요, 육아하느라 정신줄 잠깐 놓았다고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이는 엄마가 혼자 낳은 것이 아닙니다. 부부의 사랑으로 맺은 결실인 거죠.  그럼 모두에게 양육을 해야 할 당연한 의무가 있습니다. 엄마만 ‘독박육아’를 하는 게 아니고 부부가 같이 헤쳐나가야 하는 게 당연한 세상이니까요.      


아내의 제안을 받아들여 부부가 함께 육아휴직을 하며 아이를 양육했습니다. 저 조차도 ‘남자가 무슨 육아휴직이야’라는 틀에 박힌 고정관념을 깨부수는데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지금은 아내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있습니다. 육아휴직이 없었다면 ‘제 안의 또 다른 나를 찾는 시간’도 더 오래 걸렸을 것 같습니다.     


부부 공무원의 1년 6개월의 공동 육아휴직의 모든 경험을 담아냈습니다. 공동 육아휴직을 결심한 계기준비 과정 그리고 육아휴직 기간의 에피소드를 가감 없이 녹여내 혹시나 부부 모두 육아휴직을 계획하고 계실 부모님들에게 이 기운을 선사하고 싶습니다.    

  

‘공무원이니까 가능한 거 아닌가?’라는 말 대신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 고민해 주시고 공동육아를 통해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어떤 발전이 있었는지 바라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공동 육아휴직’으로 함께 헤쳐나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 우리 딸아이에게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고 지독하게 설득을 해준 우리 아내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끝으로 아이를 키우고 계신 대한민국의 모든 부모님께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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