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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웅 Jan 02. 2023

삶의 밀도#8

비전(3): 리트릿_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_쉼

 

출처: 리트릿, 제대로 쉬는 곳 : 네이버 포스트 (naver.com)


 리트릿이란,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란 의미입니다. 리트릿은 군사 용어입니다. 제가 대학생 시절 CCC(Campus Crusade for Christ) 활동을 잠시 했습니다. 매주 금요일이면 회원들(순장, 순원)이 어느 장소에 모여서 밤새 게임도 하고, 성경도 읽고, 찬양도 하며, 간증을 하면서 시간을 보냅니다. 한 주 동안 열심히 활동을 했으니, 2보 전진을 위해 잠시 쉼을 갖자는 의미에서 이런 활동을 했습니다.


 이를 두고 생산적 쉼, 의미를 지닌 쉼, 의미 있는 시간, 숨 고르기라고 저는 표현하고 싶습니다. 아.. 쉬는 시간마저 생산적이어야 하나? 이렇게 반문하실 수 있겠습니다. 저도 제가 이런 표현을 쓸 때 고민을 안 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비전을 향해 나아가는 도중에 그리고 비전 성취를 위해 수고한 나에게 주는 쉼이라는 점에서 이 또한 비전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의미입니다.



#리트릿 마저 거부하는 자학적인 삶은 사양합니다.


 피로사회 저자 한병철씨는 "피로사회는 자기 착취의 사회다. 피로사회에서 현대인은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습니다. 우리가 사는 현대사회는 모두 피로를 느낍니다. 그런데 그 피로가 타자에 의한 착취가 아닌 자기 착취라는 점에서 우리 모두 열심히 살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 죽는다는 가스라이팅을 서로에게 하고 있지 않은지 짚어봐야 합니다.


 또한 "성과주체는 성과의 극대화를 위해 강제하는 자유 또는 자유로운 강제에 몸을 맡긴다. 자기 착취는 자유롭다는 느낌을 동반하기 때문에 타자의 착취보다 더 효율적이다. 성과사회의 심리적 질병은 바로 이러한 역설적 자유의 병리적 표출인 것이다"라고 역설했습니다.


 비전을 위해 오늘도 열심히 살아가는 당신은 자기 착취를 일삼는 무자비한 자기 사냥꾼인가요? 또한 긍정의 과잉 즉,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하면 된다는 강렬한 믿음을 기반으로 사는 자기 착취자인가요? 자학적 삶은 결국 롱런하지 못해 지쳐버리고 맙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비전은 혼자서 성취할 수도 없고, 걸어갈 수도 없는 멀고 험난한 여정이라서 동반자가 필요합니다만, 자기 착취를 일삼는 자학적인 사람과는 누구도 가까이 지내고 싶지 않을 것입니다.


  잘 쉬어야 합니다. 제대로 쉬어야 합니다. 쉴 때도 목적이 있습니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입니다. 쉼도 열심히 시간을 보내고, 할 때 제대로 한 사람들에게 의미가 더 깊습니다. 쉼을 보내고 나면 다시 일어나서 열심히 해보자는 열정도 충전됩니다. 하지만 자기 착취 까지는 아니더라도 최대한 열심히 삶을 살아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갖는 쉼의 시간의 밀도는 다를 것입니다. 쉼의 목적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반드시 잘 쉬어야 합니다. 그리고 억지로라도 쉼을 위해 필요한 삶의 여백을 남겨두어야 합니다. 쉼은 작정하고 쉬어야지, 언젠가 쉬겠지, 조금 더 하고 쉬자. 아직 멀었어하면, 쉼을 갖지 못합니다. 그 쉼이 아깝게만 느껴질 것입니다. 이미 자기 착취에 길들여진 사람이라면 더욱 그럴 것입니다.


 쉼을 갖지 않고 달려가는 사람이 성취하려는 비전은 결국, 자기와 타인을 살리는 비전이 될 수 없을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미 비전에 도달하기 전에 소진이 되어 비전 성취를 위해 나아가야 하는데 필요한 동력을 상실했기 때문입니다.




#킬링타임은 사양합니다. #힐링타임은 환영입니다.



 제가 경계하는 단어 중 하나가 바로 '킬링타임'입니다. 오히려 저는 '힐링타임'이라는 단어를 선호합니다. 시간은 소중한 자본입니다. 시간은 비전의 전체이며, 부분이기도 합니다. 시간은 모두에게 동등하게 주어지지만, 누구나 소중한 시간을 밀도 있게 사용하지는 못합니다. 대다수 비저너리들의 공통점은 바로 시간을 가장 중요한 자본으로 이해하여 이를 비전 성취를 위해 심도 있는 고민을 통해 투자를 합니다. 그 결과 얻어진 것이 바로 시간과 물질이며, 동시에 싫어하는 일을 하는 데 남은 생을 허비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입니다.


 열심히 시간을 사용하였다면, 잠시 쉬어가는 시간이 매우 중요합니다. 비전을 성취하기 위해 떳떳하게 열심히 시간을 보낸 후 갖는 그 어떤 쉼은 모두 힐링타임이 될 것입니다. 반면에 비전에 집중하지 못한 채 소중한 시간을 제대로 보내지 못한 채 쉼 아닌 쉼을 갖는 것은 킬링타임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지금 제가 이야기하는 지점은 비전과 관련된 시간 사용에 한해서입니다. 모든 삶에 적용해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영화와 웹툰 보기, 산책과 쇼핑하기, 멍 때리기, 여행, 운동, 등산, 독서, 게임, 취식, 수면, 촬영, 음악 감상 등 우리가 2보 전진을 위해 1보 후퇴하여 쉼을 가지면서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합니다. 하지만 같은 쉼의 시간을 갖더라도 쉼 이전의 나의 삶이 노력의 땀에 의해 녹진해졌다면 이는 죄책감 없는 생산적 쉼이 될 것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아쉽게도 나 스스로도 용납할 수 없는 따분하면서 죄책감이 드는 쉼의 시간이 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이야기해봅니다.


 비전 성취의 조건 중 3가지를 꼽으라고 누군가 제게 묻는다면, 주저 없이 내지를 것입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쉼이라는 것을 말이죠. 쉼 없이 비전 성취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목적 없이 허무한 쉼 또한 비전과는 거리가 멉니다.


 쉼은 힐링하는 시간이지, 시간을 죽이는 행위가 아닙니다.




검색 말고, 사색해야 합니다.


 대한민국의 슈퍼스타 쏘니를 아시나요? 네, 손흥민 선수입니다. 손흥민 선수를 스타로 성장시킨 아버지 손웅정씨는 현대 사회인들에게 일침을 가했습니다. 검색하지 말고, 사색하라고 말이죠. 한 매체의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정보의 홍수 시대에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창의력과 실행력, 디테일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리더에게는 큰 서재가 필요하고, 패배자의 손에는 큰 리모컨이 남는다. 검색하지 말고 사색해야 한다”라고 말입니다.


 저는 사색이라는 표현을 좋아하지만, 이것보다는 긴 호흡이라는 표현을 더 좋아합니다. 삶과 시간은 짧을 수도 있고, 길 수도 있습니다. 시간 관리를 잘하고, 목표를 성취하면서 쉼을 잘 갖는 사람은 분명 24시간보다 더 긴 시간을 사용하고 있다고 그래서 페이스 조절을 잘하는 마라톤 선수처럼 긴 호흡으로 비전을 성취해 나갈 것입니다.


 막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긴 호흡을 갖고 삶을 돌아보고, 목표에 맞게 잘 가고 있는지 살펴보며, 나 외 사람을 잘 챙기면서 가는 배려심이 중요합니다. 우리는 흔히 고전을 읽으면서 작가들이 긴 호흡을 갖고 글을 공들여서 썼다고 평가합니다. 그만큼 쉽지 않은 과정을 통해 작품을 탄생시켰다는 평가입니다.


 비전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이 이루는 것입니다. 저의 비전은 거창하지 않습니다만, 긴 호흡을 갖고 임해야 합니다. 바로 저의 비전은 사회 변화입니다. 국회 비서관, 지방의회 정책지원관, 평생교육원 운영교수, 학회지 논문 투고, 지방선거 광역의원 출마 등. 사실 젊은 나이에 많은 것을 성취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국회에 가서는 다양한 법을 개정하고, 제정하는데 일조하였습니다. 제 이름으로 나가는 게 아니므로 입법 보좌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결과적으로 24세 이하 청소년부모 정의와 지원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만들어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시켜서 지금은 청소년 부모라는 법적 정의와 서비스 지원 내용이 제도로 안착됐습니다.


 또 최근 보호종료아동의 보호종료 연령이 18세에서 24세로 연장됐는데, 이 또한 제가 보좌한 법안입니다. 그리고 2019년도부터 현재까지 매년 1~2편 학회지에 논문을 투고합니다. 이 논문에는 사회문제를 제기하고, 통계적, 질적 연구방법을 통한 결과 제시 그리고 정책적 제언을 담습니다. 이 또한 사회 변화에 동참하는 것입니다.


 지난 6.1 지방선거에서는 직접 플레이어가 돼 제도를 개선하여 사회 변화를 이루고자 광역의원으로 출마하는 시도를 하였고, 결과는 낙선이지만 덕분에 얻은 것이 많은 제 생에서 중요한 경험이었습니다.


 가난하고 힘든 환경을 딛고 제가 이루고 있는 비전의 행보는 다름 아닌, 긴 호흡과 쉼을 중시하는 저의 철학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쉼이 없었다면, 쉼을 통한 사색과 긴 호흡이 없었다면 저는 중간에 무너졌을 것입니다. 저의 상황과 환경 그리고 사회를 탓하며, 시간을 허비하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쉴 때 제대로 쉬고, 할 때 최선을 다하였으므로 날마다 비전을 향해 전진할 수 있습니다. 쉼은 제게 힐링을 주고, 과잉 긍정으로 인한 자기 착취를 멈추게 하며, 삶과 미래를 긴 호흡으로 사색하게 하는 마법과도 같은 시간입니다.


 비전을 향해 달려가는 여러분은 제대로 쉬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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