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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리지아 May 27. 2023

투신자살을 성공했는데 꿈이었습니다

지금 저는 살아있네요

드디어 성공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나는 이렇게 살아있다.


아파트 난간에 서서 울부짖던 날이 있었다. 뛰어내릴 용기를 갖지 못해  뒤돌아 내려오며 생각했었다. 인생을 살아내는 것도, 끝내 죽지 못하는 이 과정도 고통인 삶을 도대체 어쩌면 좋겠냐고.


그렇게 내 삶을 다시 살아내기 시작한 지도 어느덧 1년이라는 시간이 채워지고 있다. 당장이라도 죽을 것 같던 두려움에 시작했던 심리상담. 상담 선생님의 권유로 정신과 진료를 받기 시작한 지도 벌써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있다.


잘 살아내고 있다고 생각했다. 중간중간 삶의 어려움이 몰려와도 잘 버텨내고 있다고. 그래서 앞으로 괜찮아질 것이라고 그렇게 믿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상담선생님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크게 흔들리던 사건이 있었다.


나도 괜찮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흔들리기 시작하자 내 일상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밤새 한숨도 잠을 이루지 못하고 출근을 하는 것은 기본, 불편한 생각들이 머릿속에 하루종일 떠다니며 업무에도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나도 모르는 사이 나오던 한숨에, 옆자리에 앉아있던 후배가 무슨 일이 있냐며 걱정 어린 질문을 하기도 했고 말이다.

아차, 싶었다. 조심해야겠다. 내가 지금 이렇게 힘들어도 티를 내면 안 되는데.. 업무에 지장이 생기면 안 되지. 내 모습을 검열하는데 힘을 쏟는 일상을 보내기도 했다.


그래서였을까. 내가 또다시 너무 죽고 싶었던 것 같다.

아니, 죽는 것밖에 도저히 방법이 없다고 반포기의 상태였던 것 같다. 그래서 꾸게 된 꿈이었을까.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난간에 매달려 잠시의 고민도 없이 뛰어내리던 내 모습과 그 기분이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그런데 중요한 건. 꿈속에서 옥상에 난간에 매달려 아래로 뛰어내리던 그 과정이 이번에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무섭다. 투신자살. 이게 생각보다 별것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내 머릿속에 박여버렸기 때문이다. 현실에서도 가능하겠다는 확신이 들었달까.


생각했다. 앞으로  삶에 남겨진 시간이 이제는 정말 얼마 남지 않았을 수 있겠다고. 언젠가는 정말 편안함을 쫓아 남은 삶을 끝낼 수도 있겠다고 말이다.


지금도 눈물이 난다.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한 인생을 살아보고 싶었던 것뿐인데. 행복은 바라지도 않고, 그저 평범한 인생이면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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