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오지 않은 겨울밤 자주
희고 가벼운 선잠을 털어 낸다.
지구가 조금은 수축했을 것 같은
영하의 시간, 히터의 숨소리가
차가운 대기 속으로 녹아들다
이내 식어 버리는 동안
혼자인 밤에 대해 생각한다
고요 속에 놓일 때
비로소 매만져지는
울음의 발뒤꿈치
허옇게 일어나는 기억들,
헝클어진 머리카락에서 묻어나는
꿈의 결정은 노란색이다
마음속 무성하던
마른 풀들의 냄새가 후욱
끼치는 시간.
티백이 서서히
더운 김을 내는 물속에
풀어지는 사이 비로소
따뜻한 슬픔의 가능성을 느낀다.
잠시, 마른 기억이 일어나는
건조함을 견뎌 내야 하는 계절,
찬 공기를 더운 호흡으로 녹이고 싶어
캐모마일을 마신다.
혼자였고 혼자일 것이다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눈송이처럼 몰래
녹아서 사라지고 싶은 마음을
진정하라고 속삭이는
황색의 몽환.
식도에 샛노란 극세사담요를 덮어 주는 기분이야.
욕조에 온수를 받아
몸을 잠시 담그고 난 뒤
까슬까슬한 아크릴 터틀넥이라도 걸치고
외출을 준비할 수 있을 것 같은
세상이 온통 노란색으로 번져 가던 겨울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