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창준 Mar 23. 2023

녹(綠), 녹(Rust), 녹(錄)

노크하지 마세요. 나는 드디어 의자를 휴식으로 읽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어요. 녹슨 사람이 되었어요. 오래 쓴 몸이 때때로 고통을 호소할 때, 다쳤던 곳이 먼저 삐걱거립니다. 사는 것은 다치는 일이긴 하지만 나는 자주 넘어졌습니다. 가을에는 얼마간 라장조의 봄이 부분월식처럼 묻어 있습니다. 나무의 마음이 녹슬었다고 오해한 적이 없나요. 계절마다 음악은 서로 다르게 처방되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나무 대신 내가 먼저 다쳐서 부식되고 언제나 이런 식입니다. 그렇게 말해서는 안 되었는데 미안합니다. 녹슨 부분을 벗겨 내면 비로소 드러내는 처음의 빛깔들. 여전히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하는 인사만큼이나 오래 만난 사람과의 이별은 낯설어서 외출하지 않아요. 문을 닫아 주세요. 바깥의 웃음과 공기들이 닿아 산화되기 전에. 노크하지 마세요. 환부의 방식으로 버티는 삶도 나쁘지 않습니다. 완전히 아무는 상처는 없고 온전한 걸음은 언제나 불가능합니다. 뒤척이는 밤, 연금 없는 노년을 살아가는 기분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나는 젊어서 불안합니다. 모른 척하고 지내기에는 불안해집니다. 차가워지는 대기가 언젠가 나의 색을 훔쳐 갈 것을 알기에 감옥의 본질은 그늘입니다. 햇빛을 박탈하기 위한 공간입니다. 가까이 있는 것들이 시야에서 흐릿해집니다. 먼 것들이 오히려 선명하게 다가오는 시간, 조금 더 자주 들여다봐 주지 그랬어요. 더 이상 알아볼 수 없도록 더욱 붉게 산화하는 몸

이전 09화 캐모마일이 있는 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