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구별여행자 Feb 21. 2022

총총이와 이프니의 지구별 여행

제주 시골 바닷가 댕댕이와 양양 이의 소확행 78-똥은 타이밍이다.

멍!

이프나. 너 이 시간 되면 어디로 사라졌다가 오는 거야?

내가 보니 어제도, 그제도 매일 이 시간에 어디를 꼭 가더라고.


야옹!

아 그거.

타이밍 놓치면 곤란해지는 거 있어


멍!

그게 뭔데?


야옹!

나는 개 온니 하고 달라. 좀 복잡해.

일종의 과학적 프로세스라고나 할까

싸고 덮고 냄새 유출까지 확인하여야 되거든.

안 그러면 자연계의 질서가 어긋나.


멍!

야. 무슨 네가 똥 싸는 게 뭐가 대단하다고... 무슨 자연계 질서까지 들먹거리냐.


야옹!

헐. 개 온니는 그걸 모르네.

여긴 통제된 도시의 방이 아니야.

엄청난 수의 존재들이 나와 연결되어 있어.

개구리, 쥐, 족제비, 비둘기, 개떼, 살쾡이, 족제비, 이 구역 먼저 온 양양이 들.... 셀수도 없이 많아.

내가 대충 아무 데나 똥 싸고 그래 봐.

나를 무서워하는 놈들은 안 나오고, 나를 먹으려는 놈들은 숨어서 덮치려고 기다리고...

좀 거시기 해진다니까.


멍!

오. 듣고 보니 니 말이 공감이 간다.

똥은 타이밍이란 말도...

보스랑 아침에 달리기 하러 갈 때 그 시간쯤 야자수 아래에 가면 내 몸이 반응을 해.

거기서 그 시간에 해야 시원 해져.

아침 햇빛 섞인 시원한 공기가 내 똥꼬로 들어오는 기분이야.


야옹!

오 총총 온니는 장소까지 맞추어야 되는구나.

다른 개종족들은 아무 데나 막 갈기던데.


하하하

맞아. 총총이는 대댕이야.

대단한 댕댕이.

마당에 똥 싼 적이 한 번도 없어.

시키지도 안 했는데 어쩌면 애기 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실수를 안 하냐?


멍!

응. 난 잘 참아. 그리고 풀밭이 젤 좋아.

두발족들이 나무의 똥인 산소를 좋아하듯이, 풀 들이 내 똥을 원하니 거름도 되잖아.


야옹!

나도 모래나 흙이 아니면 절대로 안 해.


하하하

너는 원래 그래.

너네 양양이 족들은 너무 잘하니까, 그건 이야깃거리가 안되더라고.

오히려 아무 데나 하는 양양 이가 있으면 이야깃거리가 될걸.

아무튼 타이밍이 중요한 것은 맞아.

모든 것이 다 때가 있는 것처럼.

과일도 때가 되어야 익고, 사랑도 때가 있으니 서두를 필요가 없고, 존재 사이의 관계도 다 때가 있어.

또 때를 놓쳤다고 안타까워할 필요도 없어. 준비하면서 기다리면 또 돌아오건든.


멍!

맞아. 해신사 앞 묶여있는 우리 종족들이 이전에는 나랑 안 친했잖아.

나만 보면 물려고 달려들었는데, 내가 계속 꼬리 치면서 냄새 맡아줬더니 이제는 날 기다리더라고.

내가 때를 무시하고 억지로 친해지려고 달려들면 오히려 더 멀어지나 봐.


야옹!

우리 지구별 여행에서는 모든 것은 다 때가 있으니, 뭔가가 안됐다고 속상하지 말아야 해.

올 때가 있으면 갈 때가 있고, 만나면 헤어질 때가 있고, 먹으면 싸야 할 때가 있잖아.

내 뜻대로 안 되면 "똥은 타이밍이다"를 기억하고, 만사에 적용하면 마음이 편해져.


그래.

우리는 뭔가가 안된다고 서두르거나 억지로 하려고 하지 말자.

걱정도 하지 말고, 안타까워하지도 말고

대신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묵묵히 하는 거야.


야옹!

그런 것을 물 흐르듯이 사는 거라고 하잖아.

上善若水

최고의 방법은 물처럼 하는 거란 의미야.

결국은 자연스럽게 사는 거 아니겠어?


멍!

야 너 고양이 맞아?


야옹!

온니는 개 맞아?


하하하

니들 혹시 우주에서 온 존재 아니야?


야옹! 멍!

보스는?

배고프면 밥 먹고, 현실에 만족하고, 기쁘면 웃고, 슬프면 울고, 막걸리 한잔이면 우주가 다 자기 꺼라 하고, 이미 다 가졌다고 소유하려고 욕심도 안 부리고...

이거도 우주에서 온 존재 아니야?


하하하

야 부끄럽다.

지금 내가 가진 게 얼마나 많은데.

텐트도 두 개나 돼.


야옹! 멍!

역시 우린 꿈을 이룬 지구별 여행 팀이야.


하하하



작가의 이전글 내가 무슨 도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