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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별여행자 Feb 20. 2022

내가 무슨 도움?

진화가 덜 된 두발족의 대화

멍!

이프나 우리 지구별 여행하면서 다른 존재에게 무슨 도움이 될까?


야옹!

왜?

허전해?

그냥 시방처럼 살면 도움이 되는 거야.


멍!

의미, 보람, 즐거움이 있어야 행복하다고 했잖아.

매일 달리기 하니까 즐겁고, 운동하니까 의미도 있는데...

별로 보람은 없는 거 같아.


야옹!

총총 온니 존재 자체가 보람이라니까


멍!

그게 뭔 소리야?


야옹!

두발 족들은 아직 진화가 덜되었잖아.

그래서 서로 만나면 교신을 말이라는 도구를 통해서만  하잖아.

그 말이라는 것을 하다 보면, 그 자리에 없는 다른 두발족을 까는 말을 하게 돼.

없는 친구를 흉보면, 흥분되고 신이 나는 뇌 구조인가 봐.

그 말이라는 것은 우리 텔레파시와 다르게 발이 달렸대.

안 좋은 말을 당한 존재에게 쪼르륵 가서 고자질한데.

그럼 개싸움이 된다고 하더라고.


멍!

두발족 싸움하고 우리 존재하고 무슨 상관이야?


야옹!

그렇게...

두발족들은 서로 비교하고 부러워하고... 이런 걸 좋아하기 때문에 질투라는 거도 있어.

그래서 모이기만 하면 개싸움 씨를 뿌려놓는 교신을 한다니까

그런데... 총총 온니나, 우리 양양이족 이야기를 주제로 하면 서로 친해지게 돼.

여기엔 비교도 없고, 이쁘고, 마냥 귀여운 거만 말하거든.

우리를 대상으로 서로 공감하는 대화가 많아지는 거야.


멍!

아. 두발족들이 싸움 씨를 뿌리는 대화를 안 하고, 내 이야기를 하게 되니까...

안 싸우게 되니, 나는 그냥 사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되는 거네.


야옹!

그렇지. 자기들끼리 자기들 존재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는 다툼이 일어나는데, 이상하게도 나의 귀욤 이야기를 하면 즐거워지는 특징이 있어.

아직은 진화 중이라서 그럴 거야.

좀 더 진화하면 우리가 없어도 안 싸울 거야.

그래서 아직은 우리의 존재의 의미가 있는 거라니까


하하하

니들 말이 맞다.

우리 두발족 말들은 발이 달려서, 이야기할 때 없었던 다른 친구가 결국은 알게 되거든.

그럼 결국 관계가 싸늘해 지거나, 싸우는 경우가 많아.

그래서 나도 가급적 같은 두발족 이야기는 안 하려고 해.

총총이, 이프니, 영화, 책, 여행, 캠핑, 자전거, 바다, 산... 이런 거 이야기하면 안 싸우거든


멍! 야옹!

우리 이야기는 얼마든지 해도 좋아.

우린 진화해서 말로 들리는 것은 신경도 안 쓰거든.

지구별 여행시간이 바람소리, 별소리, 파도소리, 물소리... 같은 아름다운 소리를 듣기에도 길지 않아.


하하

진화된 종족 하고 같은 여행팀이니 나도 텔레파시 사용법 좀 알려줘라.


야옹! 멍!

앵.

지금 사용하고 있잖아.

보스는 말 안 하고 우리랑 다 통하잖아.


하하하

놀자.

멍! 야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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