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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별여행자 Mar 23. 2022

총총이와 이프니의 지구별 여행

제주 시골 바닷가의 댕댕이와 양양 이의 소확행 107- 우듬지

멍!

와우 이프니 점프 진짜 잘한다.

몸이 완전 유연해


야옹!

미야우~끼끼끼.

총총 온니 난 유연한 거 빼믄 시체야.

그걸로 먹고 산게로.


멍!

저 높은 나무 꼭대기도 올라가 봤어.

십 미터도 넘겠는데.

너무 높아서 우등지라고 하잖아.


야옹!

오매. 온니 전라도 개야?

우등지는 사투리이고 우듬지라고 하지.

당근 꼭대기까지도 올라가 봤지.

나무와 나무 사이로도 점프하는데.

근데 내가 나무 꼭대기 가보니, 작년에 올라갔던 그 우듬지가 아니야.


멍!

뭔 소리?

그 나무가 그 나무 아니야?


야옹!

아냐.

우듬지는 오래가지 않아.

아래 가지가 밀어내서 새로운 싹이 올라와서 다시 꼭대기가 되더라고.

그걸 보면서 알았지.

정상은 원하든 원치 안튼 간에 자리를 내줘야 한다는 것을.

우듬지가 버티고 안 움직여봐, 그 나무는 성장이 멈춘 게 되지.

이건 자연의 질서가 어긋나고 추한 꼴을 보게 돼.

나도 우리 동네에서 최고로 점프를 잘 하지만, 어린 나비들보다 곧 못하게 될 거야.

그래도 섭섭하지 않아.

그게 당연한 거니까.

그래야 하는 거가 맞는 거니까.


멍!

아. 나도 달리기를 작은 댕댕이 들보다 곧 못하게 될 거야.

그래도 얼마 동안은 내가 최고였어.

그거로 만족해.

아침해가 나의 그림자를 만들고 난 그걸 쫒아서 달리고, 파도가 거품 물고 따라오는 달리기를 해 봤으니 작은 댕댕이들에게 자리를 내줘도 돼.

난 언제라도 준비가 되어 있어.


하하하

자연은 넓으니까 자리까지 내줄 필요는 없을 거 같고, 최고 달리기 실력만 물려주면 되지.

사실은 물려주는 것도 아니고, 그냥 지구별 여행의 흐름에 순응하는 거지.

우리 두발족들도 우듬지에서 꿈쩍도 안 하고 개기는 존재들이 가끔 보이는데, 너희들이 그런 존재들 보다도 한수 위다.

더 가치 있는 지구별 여행을 하는 거 같아.


야옹!

나무들도 우리보다 더 현명한 점이 많아.

배움은 다음 별 갈 때까지 계속 되잖아.

그게 바로 성숙해지는 지구별 여행인 거지.


멍!

와. 이프니는 역시 똑고야.

나무 한 데서도 배우는 여행을 하니까.


하하하

내일은 빛나는 밍밍이 간식 사 온대.


멍!

최고...

와우웅~카카카~~~ 좋아라.

난 뭐해주지? 내가 좋아하는 두발 들기 해서 옷에 흙칠 해줘야 겠다.

간식 기다림이란 곧 지구별 여행의 행복이기도 해.


야옹!

미야 우~끼끼끼.

온니 내가 좋다고 상대방도 좋다는 생각 하면 멍개 랑게.

난 그르렁 뒹굴이 많이 해줘야겠다.


하하하

난 들꽃병 준비해야겠다.


야옹! 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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