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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별여행자 Apr 12. 2022

총총이와 이프니의 지구별 여행

제주 시골 바닷가의 댕댕이와 양양 이의 소확행 124-숭숭 구멍

멍!

이프나 너 그렇게 높은데 올라가 있으면 위험하지 않아?


야옹!

미야우 끼끼끼

난 높은 데가 안전해.

땅에는 개들이 많아서 위험해.


멍!

그게 아니고... 바람이 불어서 돌이 무너지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래.


하하

야들아.

제주 돌담은 바람에는 잘 안 무너져.

물론 절대로 안 무너지지는 않지만, 웬만한 바람은 다 견딜 수 있어.

왜 그런 줄 알아?


멍!

접착제로 붙여놔서?

돌이 무거운데, 서로 맞물리고 있어서?


야옹!

아냐.

내가 들랑 달랑할 수 있는 이 틈새 때문에 안무 너 지는 거야.


멍!

뭐라고?

숭숭 뚫린 구멍 때문에 안무 너 진다고?


하하

맞아.

바람이 와도 돌담 앞에 서면 날씬해져서 빠져나가.

슝슝하는 소리가 들린다니까.

구멍이 없다면 견디지 못하고 쓰러질 거야.


야옹!

그래서 총총 온니도 잘 안 쓰러지고 강한가 봐.

가끔 어디 하나쯤 나사가 빠진 듯이 보여야 오래 사는 거 같아.

너무 완벽하면 오래 견디지 못하는 거도 자연의 원리잖아.

우리 지구별 여행도 좀 부족한 듯해야 더 매력이 있어.


하하

여행도 좀 부족한 듯이 다녀야 재미나.

약간 어려운 상황을 해결하면서 묘미가 살아나거든.

너무 돈이 많아서 물쓰듯하면 금방 싫증 나고 무의미 해진대.

뭐든지 너무 풍부하면 가치가 떨어지잖아.


멍!

나도, 다른 존재들도... 완벽하면 재미가 없는 거네.

보스 내가 뒹굴이 해서 내 몸에 모래가 덕지덕지 묻어도 괜찮지?


하하하

당근이지.

그런 것들이 돌담의 틈 이잖아.

구멍은 약간의 여유로운 마음이고, 이쪽에서 저쪽을, 저쪽에서 이쪽을 볼 수 있는 통로잖아.

두발족들도 구멍이 하나도 없는 존재들은 숨이 막힌다고들 해.

틈이 있어야 속이 보여서 파악이 되는데, 틈이 없으면 안보이니 답답해지고 호흡까지 영향을 주잖아.


야옹!

나도 코에 난 상처도 내 삶의 구멍이야.

평생 실수 한번 안 하고 사는 것 같은 냄새를 풍기는 양양족은 나도 별로 안 좋아해.

완벽하게 틈이 없는 돌담이잖아.

그런 담은 보이지 않는 바람에 의해서 슈 루룩 무너 진다니까.


하하하

총총이는 몸에 흙도 바르고, 이프니는 코에 상처도 나고, 나는 보드 타다가 넘어져서 중상을 입고....

우리도 구멍이 숭숭 뚫렸다.


멍!

오늘도 우리 구멍 만드는 지구별 여행을 하자.

아구구 캬캬캬


하하.

야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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