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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별여행자 May 16. 2022

총총이와 이프니의 지구별 여행

제주 시골 바닷가의 댕댕이와 양양 이의 소확행 145- 자유를 느낄 때

멍!

이프나 너 두 시간째 움직이지 않고 있잖아.

왜 그래?


야옹!

쉿.

총총 온니 나 쳐다보지 말고 저쪽으로 가서 혼자 놀고 있어.

털찍이가 이리로 들어 가는 거 봤어.


멍!

언제까지 기다리는 건데?


야옹!

나올 때까지.


멍!

우와 대단하다.

화나지 않아?


야옹!

왜? 화가 나지?


멍!

한 시간도 아니고, 두 시간이나 기다려야 잖아.

왜 빨리 안 나오지? 하고 생각하다 보면 내가 더 열 받을 거 같은데...


야옹!

이건 그냥 기다리는 게 아니야.

숨도 바람에 맞추어서 공기의 흐름이 흔들리지 않게 쉬어야 해.

눈은 초점이 1자로 되어서, 주변은 다 까맣게 하고 오로지 이 구멍만 보이고.

세상에 나와 구멍밖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나머지는 다 지워야 사냥이 가능해지거든.

지금 이 순간 이 일이 나에게 가장 중요한 거야.

화가 나기는커녕, 난 이렇게 집중할 때 자유를 느낀다니까.


하하하

와우 대단한 집중이다.

생명을 걸고 사냥을 하는구나.

나도 암벽등반을 할 때 집중하지 않으면 추락하기 쉬워.

안전장치가 있긴 하지만, 떨어질 때는 그건 기억에 없어.

이대로 죽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 순간 난 자일 끝에 매달려 있는 거야.

모래알 같은 바위의 돌출된 부분으로 몸의 중심을 잡고, 바위와 나만 존재하는 느낌이 들 때 자유를 느끼지.


멍!

아하.

나도 전속력으로 달리기 할 때 자유를 느낀 거 같아.

내가 달리면 바다와 모래가 양쪽으로 갈라져서 내 뒤로 도망 가는 거 같아.

그럼 내 몸은 공기가 되고, 생각은 파도가 되는 거 같아.

내가 있긴 한데, 존재하지 않는다는 느낌이 곧 자유 같아.


야옹!

미야 우 끼끼끼.

이제야 총총 온니가 제대로 자유를 아는구먼.


하하하

그러고 보니 자유는 일종의 몰입 같아.

내가 나를 넘어설 때 자유를 느끼네.

이건 나와의 싸움이야.

주변 존재들이 뭐라고 하든 말든 난 나니까, 최소한 내 일에 있어서만은 스스로가 만족할 때까지 만들어 내야 하는 거 같아.


멍!

아구구 캬캬캬

보스 간식이나 줘라.

너무 복잡한 거 싫어.


야옹!

맞아.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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