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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별여행자 Nov 09. 2021

총총이와 이프니의 지구별 여행

제주 시골 바닷가의 댕댕이와 양양 이의 소확행 5

꼬리 장난이 재밌다.

장난이니까 재밌다.

개 언니 꼬랑지를 가지고 놀 때마다 동그라미를 주면 하기 싫어진다.

잠자는데 깨워서 하면 더 하기 싫다.

시간을 정해 놓고 일정하게 꼬리 장난을 하라고 하면 더 싫어질 것 같다.


개 언니는 가끔 바닷가에서 개폼을 잡는다.

일출을 보면서 근엄한 표정을 짓는다.

대체 뭘 고민하는 걸까?

자기가 무슨 철학자라고 자못 심각한 표정을 연출할까?

난 심각한 것은 별로다.


놀이는 즐거움이다.

 이지 구별에 놀려고 왔다.

노는 댓가로  동그라미를 준다면, 그건 놀이가 아니라 일이다.

놀이가 규칙적이면 그건 일이다.

노는데 누가 간섭하면 그건 일이다.

쉬고 싶은데 놀라고 하면 그건 노동이다.


나 이픈이 도 일은 한다.

털 찍찍이를 잡아야 한다.

이건 우리 조상 대대로 물려온 사명이다.

이 일은 세상에서 우리 종족이 제일 잘한다.


일이긴 하지만 재미있다.

동그라미를 바라지 않고 잡으니 즐겁다.

사명이긴 하지만 지금 잡을지 다음에 잡을지는 내가 결정한다.

이 일의 주인은 나다.

선택권이 나에게 있으니, 간섭이 없는 놀이이다.

내 지구별 여행에서는 일이 놀이이고, 놀이가 일이다.

두발족보다는 수명이 짧지만, 순수하게 놀다가는 시간만으로 계산하면 내가 더 장수할 거다.


아참.

이렇게 재미있는 일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우리 종족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마음이 짠하다.


큰 털 찍찍이를 잡으면 보스에게 선물로 주어야겠다.

좋아하는 모습을 상상한다.

아침 햇살에 배가 따시다.

개 언니. 보스. 나 우리 여행팀은 오늘도 행복하다.

가끔은 철학하는 총총이 개 언니

오예! 저 꼬리꼬리. 잡자잡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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