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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별여행자 Feb 02. 2022

총총이와 이프니의 지구별 여행

제주 시골 바닷가 댕댕이와 양양 이의 소확행 60-생명의 본능

멍! 이프나 호랭이 닮은 옆집 나비 요새 안 보여

어디 갔어?


야옹!

다른 별로 갔대

나비도 자기가 몇 살인지 확실히는 모르는데 열 살은 넘은 거 같다고 했어


멍! 헐 죽었어?


야옹!


멍!

호상이네


야옹! 개 온니 뭐가 호상이야!

아무리 나이 먹어서 죽어도 죽음은 죽음이야

죽기 바로 직전에 죽음을 의식한다면, 받아들이기 힘들 거 같아

대자연의 원리라서 저절로 다른 별로 가는 거긴 하지만,

모든 생명체는 깊은 곳에서 사라짐에 대한 두려움이 있을 거 같아.

생명의 깊은 곳에서의 소멸에 대한 거부감이랄까.

보스는 어떻게 생각해?


맞아. 총총이가 호상이라고 한 것은 일반적으로 오래 살다가 가면 그런 말을 하는 것이긴 하지만,

죽음은 모두가 다 두려워하지.

소멸에 대한 두려움

존재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허전함보다 더한 그 거시기...

그래서 아무리 오래 살다가 무지개다리 건너가더라도 호상이라고 하면 안 좋을 거 같아


야옹! 그럼 보스도 죽음이 무서워?


당근이지.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쓸데없는 걱정이더라고

지금 살아 있으니 죽음은 미래의 일이잖아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를 걱정할 필요는 없잖아

그리고 내가 다음 별로 가면, 이곳의 내 존재는 소멸된 것조차 느끼지 못해.

주변의 산 존재들이 내 죽음을 느끼는 것이지, 정작 중요한 나 자신은 모르잖아

내가 모르는 일을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야옹! 마자

우리가 할 것은 지금 신나게 살면 되는 거네


멍! 이프나 니 친구 무지개다리 건넌 거 호상이라고 해서 미안하다

내가 원래 말을 좀 개같이 하잖아

까칠한 네가 이해해라


야옹!  개 온니 그 정도는 괜찮아

우린 언젠가는 헤어지잖아

자잘한 말 한마디가 상처가 되긴 하지만, 그런 거 저런 거 다 따지면 존재 옆에 존재는 없는 거잖아

내 코에 난 상처가 두렵다고 사냥을 안 하면, 난 존재하긴 하지만 나를 찾는 여행은 못하는 거야

몸에난 상처이든 마음에 난 상처이든 스스로가 잘 치료해야지


하하 역시 이프니는 대단한 고양이가 확실해

존재는 스스로 이외에는 아무도 상처 줄 수 없다는 것이 맞기도 해

누구의 말이나 행동을 보고 스스로가 상상해서 자신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 많잖아


멍! 맞아. 그래서 난 또리가 짖든 말든 개념치 않고 내 갈길을 가

그냥 개가 짖는구나 하고, 내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되잖아


야옹! 오우 총총 온니도 자존감 빵빵하구먼

역시 우린 대단한 지구별 여행 팀이야


하하하

멋진 경치 보러 산책 가자.


야옹! 둘이 갔다 와

난 목줄 하기 싫어.


멍! 그래. 따로 또 같이 가 좋아


하하하. 니들은 똑고똑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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