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가 피기 전에 떠나기로 마음 먹었는데..
2달전에 뒷마당에 해바라기를 심었다. 해바라기 꽃이 피기까지 평균 56일이 걸린다고 하길래.
' 흠.. 그래 해바라기를 목표로 하면 되겠다. 꽃이 피기전에 이곳을 떠나 싱가포르에 정착하자.'
라고 대차게 다짐을 했었다.
다이어트가 꼭 '다이어트 할거야!' 라고 외치는 순간부터 망하는 것 처럼
이러한 다짐도 애초에 했으면 안됐던걸까. 해바라기 꽃이 피고있다. 꽃망울이 올라온걸 볼때는 처음으로 내 손으로 키운 해바라기를 볼 수 있다는 설레는 마음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은 조급한 마음이 공존했었다.
한국을 떠나온지 어느덧 4개월차에 접어들었는데, 이제 쯤이면 누구나가다 직업 하나쯤은 갖고 해외에 정착할 시기인 것 같은데 나는 아직도 떠돌이 생활 중이다. 처음에야 떠돌이로 살아야지 하고 나왔지만 인간의 정착욕구, 안정욕구가 나에게도 있었고, 해외취업을 하고 싱가포르에 정착하려는 시도를 했었다.
내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뜨거운 태양아래에서 내가주는 물과 영양을 먹고 또는 자연이 내려주는 비를 먹고 이만큼이나 잘 자랐다. 하필이면 색도 노란색이라 더 밝고 기운차 보인다.
내 속은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을지 언정. 너가 웃고 있다니 그것만으로 조금 위로가 되고 치유가 되는 기분이다. 시간을 재단하며 현세를 탓하기엔 너무 패배자 같으니까. 오늘 아침도 쌓인 빗물 한바가지 퍼주고 다시 내 할 일을 해나가야겠다. 도망친 끝에 낙원이 있다고 했는데, 열심히 뛰어가다보면 아니 멈추지 않고 걸어가기라도 하다보면 낙원을 만나는 날이 오겠지.
저 끝에 낙원이 있다는 믿음으로 오늘도 정진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