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안오는데 한달살기는 많이 오는 도시
해외여행을 많이 다녔지만, 이렇게 한 도시에 오래 있어본 적은 처음이었다. 페낭에 도착해서도 언제든 떠날 생각이었기 때문에 마음 두지 않았고, 캐리어도 4개월째 완전히 풀지 않은 채 지내오고 있었는데, 다른 곳으로 나갈 기회가 좀처럼 없던 것도 있지만, 나는 어느새 이곳에 적응하고 여기에서 쭉 살아볼까 하는 고민을 하고 있었다.
4개월이면 말레이시아 페낭에 살았다라고 말하기도 부끄러운 개월 수지만, 그렇다면 페낭을 오래 여행 했다고 말할 순 있을 것 같다. 한국보다 더 큰 세상을 보고 싶어 해외로 나온 거였고, 그 과정에서 항공편 스톱오버처럼 잠시 쉬었다 갈 곳이 페낭이었다. 그렇게 잠시 머물다 가려고 했었는데, 이제는 이 곳에서 내 삶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 싶어졌다.
먼저, 매일 보는 풍경이 달라졌다. 여행이라는게 마찬가지로 그렇지만, 나는 이 곳에서 여행보다는 4개월 동안 살면서 이력서를 쓰면서 취업도 알아보고, 원래 하던 프리랜서 일도 하면서 한국에서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일들을 하고 있었다.( 브런치나 블로그에 글쓰는 등 여전히 영어보다 한국말을 더 많이 사용한다.) 그런데 여기에서는 같은 일을 하더라도 일을 하는 풍경이 달라졌다. 답답한 도시 속 창밖을 볼 새도 없이 카페나 사무실에만 앉아있는게 아니라, 여기는 카페를 가더라도 그냥 길을 걷더라도 빌딩없는 풍경을 볼 수 있다.
조금만 나가면 바다와 산이면서도, 유네스코에 지정된 조지타운에 가면 영국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게다가 음식은 또 매일매일 테마를 바꿀 수 있다. 말레이시아음식, 인도음식, 중국음식, 말레이시아와 중국이 퓨전된 뇨니아음식, 물론 한식까지도. 심지어 페낭은 미식의도시로도 유명하다. 살기위해 먹어대던 한끼의 식사가 모두 특별할 수 있다니. 매일매일 새로운 음식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인지 여전히 나는 페낭을 여행하고 있는 기분이다.
말레이시아는 한국인에게 여행지로 유명한 나라는 아니다. 아마 여행지라면 코타키나발루정도는 모두 들어봤을 법 한데, 거긴 사실 동말레이시아라서 아예 다른 나라라고 봐도 무방할정도로 멀고 문화도 조금 다르다. 여행지로는 유명한 나라는 아니지만서도, 이상하게 한달 살기라던가 일녀 살기 혹은 자녀 교육 때문에라도 이민을 하는 경우는 꽤 있다. 한마디로 여행은 오지 않지만, 살러 오는 나라인 셈이다.
그도 그럴 것이 꽤 좋은 국제학교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기도 하고, 생활하기에 물가도 안정적이지만 치안도 동남아 국가중에서는 싱가포르 다음으로 제일 좋은 곳이다. 또한, 분명 말레이시아어도 존재하지만 말레이,중국인,인도인 들이 한데 모여 살다보니 그들의 공용어가 아닌 중에 영어가 되었다. 그러니 우리는 영어만 할 줄알아도 웬만한 말레이시아 도시에서는 충분히 살아갈 수 있다. 살기에 충분한 인프라와 함께 자연도 역사도 느낄 수 있는 곳이라니 얼마나 매력적인 도시인가!
그렇게 나는 해외살이의 경유지였던 말레이시아에 어느새 말며들면서 서서히 적응해 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