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과 이승의 문이 열려, 배고픈 귀신들을 위해 음식을 준비하는 기간.
음력 7월은 중국,대만,홍콩 등에서 저승의 문이 열려 이승과 이어지는 달이라 하여, 음력 7월 내내 헝그리고스트 페스티벌이 열린다. 특히 동남아 지역에서 많이 열리는데, 화교가 많은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에서 그 축제를 자주 볼 수 있다. 축제때는 음식을 준비하고, 옷가지와 자동차 모형, 돈 모형 등을 태우고 향을 피운다. ( 아이폰 모형을 태우기도 한다 허허 ) 그리고 혼령들을 위한 전통 오페라나 인형극 등 공연을 열어준다. 이 공연을 게타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맨 앞줄은 귀신들을 위해 비어둔다고.
내가 살고 있는 집의 옆집 부인은 몇달 전에 남편이 돌아가셨다고 한다. 60대인 부부였고, 다 커버린 자식들은 돈을 벌러 도시로 떠났고, 2층짜리 단독주택에 부부만 도란도란 살던 집이었다. 남편이 죽고 헝그리고스트 시즌이 오니, 남편이 찾아온다고 생각하는지 집앞에 연신 불을 태우고 있었다. 실제로 남편이 찾아올 수 도 있고, 아니어도 찾아왔을거라는 마음이 부인을 좀 더 편안하게 만들어 주려나.
저승의 문이 열리는 날인 만큼 조상들도 찾아온다고 믿어 이 때에는 제사를 지낸다. 여기 사람들은 조상들은 제 집에가서 밥을 드시면 되고, 배고픈 떠돌이 혼령들은 축제에 찾아가서 밥을 먹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제 조상이 아니더라도, 밥 한끼 챙겨줄 가족 없는 혼령들을 위해 축제를 벌여준다니, 따뜻한 마음이 아닐 수 없다고 생각했다.
내가 사는 조용한 단독주택단지에 작은 공터가 있는데, 이 기간 공터에서 헝그리고스트 축제가 열린다고해서 밤에 마실나갈겸 잠깐 다녀왔다.
작은 공터와 작은 주거단지에 비하면 꽤나 큰 축제를 펼쳐두었다. 요즘 세대들이 흥미를 가지고 참여하는 전통문화가 아닌지라, 대부분 나이드신 분들만 계셨다.
술에는 이름들이 적혀있는데, 아마도 이 술을 가져온 사람들이 자신이 주고 싶은 혼령들의 이름을 적어 올려둔 모양이다. 살아 생전 좋아하던 술일지는 모르겠으나, 위스키 종류가 펼쳐져있다.
그리고 일렬로 밥, 반찬, 술, 물 등 차려 끝없이 펼쳐져있다. 배고프게 떠도는 혼령들을 위한 밥상인가보다.
그리고 혼령들을 위한 축제의 노래무대도 준비되어 있었는데, 위키피디아에서 읽은것 처럼 맨 앞줄은 비어둔다고 하더니 맨 앞줄에는 딱히 의자를 두진 않은 모습이었다. 여기에서 노래를 부르는 사람은 대부분은 동네 주민일거라고 했다. 행사하는 연예인을 부르기엔 예산이 부족할테니, 평소에 노래에 흥미가 있는 주민들이 자원해서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고.
귀신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남자친구와 항상 토론을 한다. 가톨릭 신자인 나는 신은 있기에 귀신은 존재할거라고 하고,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해 아무도 본적도 들은 적도 없는데 단순한 믿음으로 있다고 하는게 이해가 안된다고 하는 지극히 과학자적인 마인드를 가진 남자친구는 말한다. 사실 종교의 영역을 과학이랑 비교하는것 자체가 말이 안되기때문에 그것은 토론거리가 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과학은 과학이며, 종교는 종교의 영역이다. 그러니까 비교할 수 없는 영역인 셈이지.
헝그리 고스트 라는 말도 어떻게 들어보면 귀엽고도 안쓰러운 말이다. 배고픈 귀신이라니. 죽었는데도 밥을 먹어야한다니 인간이란 얼마나 비효율적인 시스템을 가진 생명체란 말인가. 정말로 그들이 배가고픈지 아닌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이 기간에 살아있는 사람들이 죽은 사람들을 그리워도하고 그들과 연결되어 함께 즐긴다고 생각한다면 이 기간은 꽤나 의미있는 기간인 것 같다.
나도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 벌써 돌아가신지 5년이 훌쩍 넘었는데도, 아직도 생각만하면 눈물이 난다. 꿈에라도 보고 싶고, 사후세계에서 만날 수 있다면 꼭 다시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