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이 입에 안맞다 생각했는데
동남아에 오고 들었던 생각은 ' 흠.. 음식도 안 맞고, 날이 더워 땀도 잘나니까 살은 안 찌겠다.'였다.
그런데 한 달에 1kg씩 4개월 동안 4kg가량이 불었다. 정말 의아했다. 한국에서라면 맛있어서 과식하는 경우도 많았고 매운 음식을 좋아해서 맵고 짠 음식도 정말 많이 먹었는데. 그런데 여기는 짠 음식은 무척 많지만 그 강도가 한국보다 훨씬 심하기도 하고 매운맛이 잘 없어서 입맛을 돋울 만한 음식도 없었다. 더군다나 코코넛향, 레몬그라스, 고수 등이 내 입맛에 전혀 맞지 않기 때문에 음식을 반정도 먹을 때도 많았다.
그래서 더 억울하다. 도대체 뭘 먹고 동남아에서 살이 찔 수 있단 말인가.. 그러다 베트남에서 유학했던 남동생이 생각났다. 우리 집은 원체 아빠 쪽이 거구 유전자가 있어서 키도 크지만 옆으로도 크다. 우리 가족 모두 그걸 알기에 몸무게관리를 평소에 굉장히 많이 하고 사는 편인데, 키가 184cm 인 남동생은 베트남 유학생활동안 120kg까지 만들었다. 우리 가족은 모두 그런 동생을 보고, 아니 베트남에 먹을게 뭐가 있다고 저렇게까지 찐 건지도 궁금했고, 우리가 보통 베트남에서 시켜 먹는 쌀국수는 양도 굉장히 작기 때문에 한 끼에 한 그릇을 먹고 나올 수 있는 몸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말레이시아도 마찬가지다. 사람들 몸이 동아시아인보다 작기 때문일까, 아니면 음식을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팔아야 해서 그런 걸까 식당에서 한 끼로 나오는 양은 우리나라 한 끼 식사보단 양이 적은 편이다. 그 적은 양의 식사를 나는 점심과 저녁 하루 두끼 정도만 먹었고, 내가 여기에서 유독 한국보다 많이 먹은 거라곤 레모네이드와 아이스크림 정도였다. 디저트의 힘이 이렇게 까지 강력하단 말인가. 아무래도 더운 날씨 때문에 아이스크림과 시원한 과일 주스가 계속 생각나긴 했었다.
그리하여 우습게도, 내 인생 최고 몸무게를 찍어버렸다. 이제는 나잇살인지, 내가 먹은 살인지 구분도 잘 안가긴 하지만 어쨌든 식습관을 바꿔보기로 했다. 이대로 한국에 돌아갔다간 절제할 수 없는 식욕에 더 찌면 더 쪘지 살이 빠지진 않을 것 같다.
샐러드가게 처럼 보이는 곳에서 재미있는 음식을 발견했다. 이름하여 비빔밥(Bibimbab). 비빔밥 비주얼이지만 어딘가 샐러드 볼 혹은 포케 같은 느낌이 물씬 났다. 먹어보니 정말 비빔밥보다는 포케에 가까운 맛이었다. 현지화가 된건지 샐러드가게에서 특별히 이런 맛으로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꽤나 건강하고 맛있는 맛이었다. 소스는 초장인듯 했다.
입맛에 맞지 않는 다고 생각했던 음식들로 살을 찌웠다니 꽤나 억울한 감정이 차오르지만, 한국에 갔을때야 말로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껏 먹어야 하니까 지금부터 다이어트를 좀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