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을 계획하지 않는다
한국에는 첫눈이 내렸다. 밤부터 첫눈이 올거라는 기사를 보게되었는데, 겨울을 무척 싫어하던 나는 그래도 그 중에서는 눈이 내리는 날은 좋아했다. 기사를 본 순간부터 조금 설렜던 마음이, 아침에 폭설로 이어지며 하얀 눈 세상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친구들의 포스트, 눈이 왔다며 사진을 보내주는 친구들과 가족들로 하여금 나 역시도 눈내린 한국을 한껏 즐기게 되었다.
어릴때 부터 눈을 좋아했던 나는 서울로 출가를 하기 전 20대 중반이 넘어서도 눈내리는 아침에는 아침 6시든 7시든 엄마가 나를 깨웠다. "딸아, 이리나와봐! 눈이 내려!" 이 소리는 아침잠이 많은 나도 저절로 눈이 떠지고 내 의지인지 아닌지도 모르게 몸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항상 그렇게 추운 연말이었다. 12월은 언제나 추웠고, 추운것은 마치 세상의 종말이라도 온 것 마냥 한 해의 마지막을 알리는 느낌이었다. 여름 나라에 있는 지금 추위가 없는 연말은 크리스마스도 크리스마스 같지 않고, 한 해가 저무는 느낌도 없다. 그래서 그런가, 항상 시간에 쫓기는 듯이 살아온 한국과 대비적으로 이곳은 더 여유롭게 느껴진다. 그러니까, 내년엔 꼭 무엇을 해보겠다 하는 계획같은거 세울 생각이 들지 않는다는 거지.
<시간> 이라는 건 인간이 편의를 위해 만들어 낸 것이다. 지구 상 어떤 생명체도 시간을 세지 않는다. 물론 우리는 그들의 삶을 진정으로 알 길은 없지만, 적어도 학자들은 그렇다고 한다. 1년 이라는 단위를 365일로 나누고 또 그 안에서 24시간을 나눈 후, 60분 60초로 관리하고 있다. 그렇게 1년을 단위로 인간들은 한 해를 정리하고, 다음 해를 다시 기약하고 계획한다.
인생을 좀 더 여행해보기로 마음 먹은 지금은 겨울이 없는 이 곳을 보며 제법 내 의도와 잘 어울리는 곳에 찾아왔구나 생각하고 있다. 그러므로, 여느 연말과 다르게 내년을 계획하지 않기로 했다. 내년을 계획 한다면, 나는 아마도 내 여행 끝에 찾고싶은 것을 미리 정하는게 되는 것이 되는 걸테니까.
이런 삶에 대한 무책임한 태도로 남들보다 뒤쳐진다고 생각이 들더라도, 설령 정말로 동년배의 남들보다 뒤쳐지더라도 적어도 나의 이 시간들이 끝끝내 보람찼었다고 말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만을 바라고 있다. 그 시간을 위해 내가 할 일은 지금 처럼 꾸준히 내 여행을 기록해보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