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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이치 Nov 14. 2024

한국에 돌아오면 '변명'이 늘어난다

내가 나를 완전히 가지기에 나는 한참 멀었다.

낙원을 찾아 떠난 지 어언 6개월이 흘렀다. 한 2개월 돌다 보면 답이 나오겠지 싶은 마음에 시작한 여정이었는데, 6개월이 지난 지금도 낙원에 있지는 않다. 그래도 그 과정 속에 배운 거라면 내가 낙원을 찾아 돌아다니는 것보다, 내가 있는 곳을 낙원으로 만들고 말겠다는 의지가 조금 생겼다.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를 여행하다 지금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 뜨거운 태양아래 보내던 시간들과 대조적으로 한국은 더 이상 에어컨이 필요 없는 아침저녁으로 코끝이 시린 가을을 보내고 있다. 30년을 지낸 4계절인데, 6개월간 여름나라에서 지내다 오니 추운 바람이 이렇게 낯선 느낌이었나 싶다.


한국에 돌아오니 계절 말고도 느껴지는 차이가 있다. 바로 '변명'이다. 해외에 있는 동안에 나는 '한국인 여행자'라는 타이틀이 존재했다. 그저 누구나 될 수 있는 그뿐으로 외국인을 만나던 한국인을 만나던 나에 대해 집요하게 얘기할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한국에 돌아오니. 나는 지금 내 미래를 위해 무슨 생각을 하고 있고,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있으며, 어떤 준비를 하고 있다는. 실제로는 아무 계획도 없고, 막막한 미래에 대해 이제는 걱정조차 사라진 지금 나는 다시 걱정도 하고 있고, 준비도 하고 있는 사람이 되어야만 했다. 


누군가 나에게 묻지 않더라도, 나 스스로가 나도 남들과 비슷하게 괜찮은 사람이라는 걸 계속 증명하고 싶어 했다. 아무도 강요하지 않지만, 끊임없이 자신과 남을 비교하는 사회에 다시 돌아왔구나. 내 삶을 완전히 내가 가지기에는 아직 나는 한참 멀었다. 

이제 다시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낙원을 찾을 때까지 비로소 내가 완전히 나를 이해하고 누릴 수 있을 때까지 여정을 계속해보려고 한다. 시작할 때는 그까짓 낙원 한국만 떠나면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낙원이라는 건 어떤 물리적 장소가 아닌가 보다. 


와신상담(臥薪嘗膽) 정신을 언제나 상기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정말로 이를 악물며 보릿고개 시절을 건너온 아버지 세대에서 보면 웃을 일이지만 이 고사성어를 카카오톡 프로필 상태명에 걸어둔지도 꽤 오래되었다. 내가 낙원을 찾았다고 말할 수 있는 날은 아마도 바다가 보이는 햇빛이 내리쬐는 평화롭다 말할 수 있는 해변가에 있을때 어디 하나 마음 불편하지 않은 채로 평화로운 하늘과 바람을 온전히 즐길 있는 날이 아닐까 싶다. 혹은 바쁘게 움직이는 서울에 있더라도, 눈을 감으면 푸른 바다를 실컷 상상해 있는 그런 여유. 지금 나는 그런 마음을 찾기 위한 여행을 다시 떠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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