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이치 Aug 12. 2024

누군가 물었다, 로또에 당첨되었냐고.

어떻게 해외에 그리 오래 있을 수 있냐고 물었다.

해외에서 지내면서 자연스럽게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일상도 해외일상이 되었다. 그렇게 해외에 오래 있다보니 사람들은 내가 무슨돈으로 해외에서 지내고 있는지 궁금한가보다. 간혹, 나에게 무슨 일로 해외에 그렇게 오래있냐고 로또라도 되었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로또에 당첨 되었다면, 나라면 근심걱정 없이 한국에서 살았을 같은데 말이다. 물론 로또에 당첨되보지 않아서 그들이 근심 걱정이 없는지는 모르는 이지만, 적어도 지금 문제들은 돈이 있으면 충분히 해결될 일들이니 그래보였다. 


내가 있는 곳은 동남아이다. 고로 물가가 한국보다 싸다, 어차피 서울에서도 월세를 내고 내 생활비를 충당하며 살아왔는데, 오히려 지금은 물가도 월세도 싼 이곳이 한국보다는 훨씬 살만하다. 여기선 정말로 가격표를 보지 않고 음식을 주문할 수 있으며, 계산할때도 굳이 계산서를 보지 않고 카드를 내밀 수 있을 정도다. 그렇게 생각하면 사실 로또에 당첨된건 내가 아니라, 한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아닌가. 월급이 높은 사람들이야 어디 살던 말할 것도 없지만, 나도 최저월급에서 조금 높았던 200만원대 받던 사람이었을 뿐더러, 대부분은 중소기업에 다니는 나같은 사람이었을텐데 이제와 생각해보건데, 돈으로 어떻게 서울에서 살아 버텨냈을까 싶다.



여기서 나는 일단은 모은돈을 가지고 조금씩 아껴쓰고, 기존에 하던 디자이너 프리랜서일을 조금씩 하는걸로도 여기서는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다. 그리고 친구들을 만나지 않다보니 자연스럽게 내 일에 집중하는 시간도 늘어났다. 내 일에 집중하는게 돈을 벌어다 주진 않지만, 돈이 없어도 여유를 즐길 수 있다는게 무슨 느낌인지 알게되었다. 시간이 여유로우니 여유롭게 동네 산책을 하고, 책도 읽고 이렇게 글을 쓸 시간도 넘쳐나니 말이다. 서울에  있으면 중학교 친구, 고등학교 친구, 대학교 친구 모임에 또 여름휴가를 같이가고 청첩장모임 결혼식 등등.. 일 외에도 인간관계를 위해 투자해야하는 시간이 정말 많다. 안가면 되는거 아니냐 싶어도, 막상 모두 사랑하는 친구들이기에 그럴 수 없었다.


오히려 지금은 내가 해외에 있기 때문에 사랑하는 그들과의 안부인사는 살아있냐는 인스타그램 DM과 카카오톡으로 짧게 대체할 수 있다. 또한, 원래도 만나기 싫었는데 거절하지 못해서 나가는 모임에는 자연스럽게 멀어질 기회가 되었다. 이런 모든게 편안하고, 오히려 돈을 벌고 있는 기분이다. 술을 안마시니 건강도 벌고 있는 셈이다.


나도 해외에 나와 보기전 까지는 몰랐다. 해외에 나간다는 것은 소위말하는 금수저 집안 아이들이 부모님의 넉넉한 서포트를 받으며 나갈 수 있는거라고 생각했다. 가끔 흙수저를 사칭하여 배낭하나메고 세계일주를 8개월 1년 하고 오는 친구들을 봐도. 숙소를 단지 1~2만원짜리에서 잤을 뿐, 역시 그것또한 전부 돈이 필요한 일이지 않나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나와보니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았다. 서울에서 강원도로 가듯, 장소가 단지 나라가 바뀌었을 뿐이었다.


돈을 제대로 벌지 않고 있기 때문에 해외에 나와 살고 있어도 드림라이프 처럼 여기저기 도시를 돌아다니며 여행하는 것은 사치이이지만, 그럼에도 새로운 풍경과 바뀐언어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매일매일을 여행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만약 당신이 해외에서 살아보고 싶었고, 또 그게 너무 도전같이 느껴진다면, 일단은 나와보라고 말하고 싶다. 나와보니 정말 별거 없고, 특히 동남아로 온다면 서울에서보다 더 적은 돈을 사용하지만, 생활의 질은 확실히 높을거라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