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석정 「들길에 서서」 답시
저문 들길에 서서 푸른 별을 바라보자 하였더니
푸른 별은 이미 빛을 접고,
바람조차 등을 돌려 사라졌다.
두 팔을 들어 한 그루 대처럼 서 보려 했으나
하늘은 돌아서 있고
내 그림자만이 뒤로 길게 미끄러진다.
젊은 산맥도, 푸른 산도
언제부터 말라가고 있었던가
나의 두 다리는 이제
어디로든 디딜 수조차 없다.
삶은 뿌리에 저리도록 고통스럽기만 하니
저 들길에서 푸른 별을 바라보자는 말도
이제는 헛된 기도로 들릴 뿐이다.
푸른 별을 바라보는 일조차
하늘 아래 살아야만 하는
고된 의무가 되어버린 지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