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문 들길에 서서

신석정 「들길에 서서」 답시

by 황혼
신석정 「들길에 서서」 - 『슬픈 목가(1954)』

저문 들길에 서서 푸른 별을 바라보자 하였더니

푸른 별은 이미 빛을 접고,

바람조차 등을 돌려 사라졌다.


두 팔을 들어 한 그루 대처럼 서 보려 했으나

하늘은 돌아서 있고

내 그림자만이 뒤로 길게 미끄러진다.


젊은 산맥도, 푸른 산도

언제부터 말라가고 있었던가

나의 두 다리는 이제

어디로든 디딜 수조차 없다.


삶은 뿌리에 저리도록 고통스럽기만 하니

저 들길에서 푸른 별을 바라보자는 말도

이제는 헛된 기도로 들릴 뿐이다.


푸른 별을 바라보는 일조차

하늘 아래 살아야만 하는

고된 의무가 되어버린 지금…


keyword
작가의 이전글미네르바의 부엉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