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지 못해 미안해

엄마는 많이 아프고 나는 [미안하다]

by 소요

엄마가 토했다. 엄마가 토한 거 처음 본다. 토하는 엄마도, 보는 나도 고통스럽다. 등골이 빠지는 것 같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입에서 놀람, 당황, 곤혹, 혼란의 소리가 막 흘러나온다.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도대체 뭐가 잘못된 걸까?


최근 계속 엄마는 기운이 없었다. 하지만 아빠와 함께 엄마를 화장실로 데려갔고, 목욕을 시켰다. 그리고 나와서 곰탕 한 그릇을 먹고 한약을 먹었다. 그리고 아… 한동안 안 하던 재활 운동을 하느라고 엄마를 일으켜 세워두었다. 이 중에서 범인은 뭘까?


밥 먹일 때 속도? 가끔 엄마 밥 먹이는 걸 빨리 끝내고 싶어서 서두른 적이 있는데 오늘도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그랬다. 한약을 숟가락으로 떠밀어 넣은 것? 가끔 한약을 못 삼키고 입에 물고 있어서 숟가락으로 떠 먹인다. 아니 떠서 입술 사이로 밀어 넣는다. 오늘 그랬다. 운동시킨 거? 며칠 운동을 못했더니 종아리 근육이 반토막이 났고, 성급한 마음에 엄마를 일으켜 세웠다. 운동이라고 해봤자 손잡이 잡고 일어서 있는 것이지만 이마저도 힘든 요즘이었다.


방문 간호사는 유력 용의자로 무리한 운동을 지목한다.


혈압과 체온을 체크하더니 모두 정상이다. 두통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의식이 없는 것도 아니니 좀 지켜보자고 한다. 나도 운동이 걸린다. 내 마음의 확신범이다. 엄마가 힘들어하는데 내 욕심에 엄마를 일으켜 세웠다. 고민된다. 이제 재활 운동을 포기해야 하는 건지, 그러면 이제 이대로 죽 누워서 침대 생활을 해야 한다는 것인데 아직은 포기가 잘 안 된다. 방문 간호사가 오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준다. 주로 여러 집을 다니며 직접 본 환자와 보호자 얘기다. 도움이 되는 것도 있고, 공감이 되는 것도 있다. 평소에는 잘 듣고 대꾸하고 참고하는데 오늘은 너무 귀찮았다. 오늘은 어떤 이야기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볼일 끝났으면 빨리 갔으면 하는데 방문 간호사도 최소 시간을 채워야 한다. 피곤하다. 얼굴에 티가 났나 보다.


많이 힘드시죠? 간병하는 보호자들은 담대해지셔야 해요.


그러게요. 그랬으면 좋겠는데 그게 잘 안 되네요. 일희일비하지 말자고 매일 다짐하지만 일희일비한다. 아니 요즘은 ‘희’는 없고, 비비비비비... 마음에 비가 내린다. 그래도 아빠는 여느 때처럼 쓰레기를 갖다 버리고, 쌀을 사 오고, 밭에 가서 상추를 따오고, 상추를 씻어 놓고, 요구르트를 만들고, 그리고 메말라가는 엄마 손을 잡고 앉아 있다. 나는 아무것도 하기 싫어 그냥 방에 누워서 요즘 빠져 있는 과학 유튜브를 보면서 뒹굴거리고 있다. 아니, 그런데 어떻게 담대해질 수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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