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을 조종하는 못된 습관
예전 직장에서 한숨을 많이 쉬던 동료가 있었다. 그와 가까이에 앉아 있던 나는 그의 한숨 소리가 신경이 쓰였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길래 저렇게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쉴까. 시간이 지나면 좀 나아지려나. 하루, 이틀, 삼일이 지나도 그의 한숨은 달라지지 않았다. 나는 조용히 물어보았다. 혹시 무슨 일 있으시냐고. 한숨을 많이 쉬는 것 같다고. 그런데 놀랍게도 자신이 한숨을 그렇게 많이 쉬는지도 몰랐다고 했다. 한숨 쉬는 것이 습관이 된 것이다.
요즘 내가 그렇다. 한숨을 많이 쉰다. 병든 병아리처럼 힘없는 엄마를 볼 때마다 한숨이 난다. 갑자기 흰머리와 주름이 늘어 진짜 할아버지가 된 아빠를 보면 한숨이 난다. 내 가족, 내 일을 내팽개치고 엄마, 아빠 옆에서 밥이나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보면 또 한숨이 난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잘 모르겠어서 한숨이 난다.
한숨도 제대로 못 쉬던 때가 있었다. 엄마가 들을까, 아빠가 보면 속상할까 한숨도 제대로 못 쉬고 숨기곤 했더. 그런데 뭐든지 한 번이 어렵지 그다음부터는 쉽다. 어느 순간 그동안에 참았던 한숨까지 뿜어 나오는지 한숨이 봇물 터지듯 나왔다.
아프다는 말도 마찬가지다. 처음에 나도 모르게 아프다는 말이 튀어나왔던 순간을 기억한다. 한여름에 욕실에서 엄마를 씻기는데 손목을 잘못 썼는지 손목이 시큰거리고 아팠다. 손목이 잘못된 것 같아서 손목을 주무르면서 정말 작은 소리로 아프다고 중얼거렸는데, 엄마가 그 소리를 들었나 보다. 조용히 더듬더듬 내 손목을 찾아 만지며 손목이 아파서 어떡해,라고 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아니라고, 안 아프다고, 엄마를 안심시키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다짐했다. 엄마 앞에서 다시는 아프다는 소리를 하지 않겠다고. 속마음도 들킬까, 속으로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아프다, 힘들다는 말이 터져 나왔고, 이제는 엄마가 듣든 말든, 어떨 땐 들으라는 듯이 대놓고 말을 하기도 한다. 그래놓고 반성도 하고, 다시는 그러지 말자고 다짐도 해보았지만 어느 순간 걷잡을 수가 없는 수준이 되었고, 이제는 습관이 되었다.
아프면 아프다고, 힘들면 힘들다고 할 수도 있지 뭐.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주었다. 그리고 정말 입버릇처럼 아프다, 힘들다고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아프고 힘들지 않아도 그렇게 말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습관이 된 것이다. 그 뒤로는 오히려 아프고 힘든 것이 익숙한 것이 되어버렸고, 조금이라도 안정되고 평화로운 마음이 들면 오히려 낯설었다. 뇌가 착각을 하고 의심을 했다.
지금 엄마가 아픈데, 엄마가 죽어가는데 어떻게 안 힘들어? 엄마를 간병하는 주제에 평화로울 리가 있겠어?
나의 습관적인 말은 나의 감정을 조작하고 조정하려고 했다. 없는 감정을 만들어내고, 조금의 부정적인 감정을 확대하고, 강화시키고 있었다. 못된 습관이 나를 못살게 굴고 있었다. 결단이 필요했다. 일단 멈추어야 한다. 습관적인 한숨을 멈추기로 했다. 습관적으로 추임새처럼 했던 아프다, 힘들다는 말도 멈추기로 했다. 그렇게 멈춘 지 하루가 지났다. 나는 오늘 아프지 않았고, 힘들지 않았다. 아프지 않고 힘들지 않은 하루, 그럭저럭 평화로운 하루가 지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