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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령 Aug 28. 2024

이령의 꼴통성장실화-꽁트 13탄
-받아쓰기

 난 받아쓰기가 싫었다.


 받아쓰기 점수가 전체성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국민학교 저학년 시절, 왼손잡이인 나는 늘 30점을 넘겨 받아본 기억이 없다. 말하자면 국민학교 3학년까진 전교 꼴찌였던 셈인데.


 담임은 앞니가 유난히 돌출되어서였을까 교탁 맨 앞자리에 앉아있던 난 그의 어눌한 발음과 폭포수 같던 침 세례를 온몸으로 감당해애만 했다. 


 담임선생님의 부정확한 발음도 발음이거니와 왼손잡이를 허용하지 않던 당시 분위기에서 근본 왼손잡이인 내가 선생님의 발음보다 더 어눌한 오른손 글씨체로는 도무지 그 속도를 따라잡기 힘들었다.


 일번을 받아쓰면 이미 이번을 부르고 이번을 받아쓰면 벌써 삼번이 지나가고, 휘리릭~~


 근본 전전긍긍을 거부하는 성정인 내가 딱 3번 까지 받아 적곤 깨끗하게 포기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대신 선생님의 구강구조의 문제점과 발음의 상관성에 대해 속으로 연구하며 받아쓰기의 황제였던 울반 일등 탁이의 뇌구조가 궁금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받아쓰기는 나의 학창시절 참혹사로 남아있다. 좌절과 시기와 동경의 시절이었다고나할까?^^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하니 앞으론 한글 받아쓰기를 제대로 익혀야지 싶지만 문어체보다는 구어체로 글 쓰는 것이 더 인간적이라는 생각에 별 변화가 없을것 같다.


사람의 천성은 교육으로도 도덕으로도 종교로도 바꾸기 힘든건 만고의 진리 아닐까?^^(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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