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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령 Aug 28. 2024

이령의 꼴통성장실화-꽁트 12탄
-채널링

 섣달 매운바람의 발톱이 한풀 꺾이자 우산이끼 솔이끼 침낭을 들추며 울바자 너머 영춘화 꽃망울도 빼꼼 눈인사를 건네는 초봄이었다.


 볕드는 마당어귀에 놓인 사리소쿠리 닭장 안에는 얼마전 부화된 영춘화 꽃가라를 베낀 서른여덟마리의 이뻐죽을 것 같은 병아리들이 삐악삐악 거렸다.


 겨우내 구수하게 익은 헛간 두엄더미 어디쯤에선 토생이들도 대여섯 마리쯤 꼼작거리고 외양간 쇠죽 솥에선 구수한 여물익는 냄새가 피어올라 깡촌의 몽글 풍요한 아침이 열리곤 했다.


 그당시 남동생과 나는 눈꼽도 떼지않고 검둥이1, 병아리 38, 토끼 7, 영소 5, 소 2메게 모이며 물을 가져다주고 똥까지 치우는 말 그대로 작은 동물농장 노가다 사육사쯤이었던 것 같다.


 사실 그당시 깡촌 사람들에게 있어 가축은 가족의 일원이었기에 말 못하는 그네들의 배를 먼저 채워주는 것이 자연의 순리였던 것 같다.


 최상위 포식자인 사람의 똥이 가장 구린 냄새가 난다는 건 어린시절 내 경험치로 충분히 알고 있다. 무려 다섯종류(사람 포함 6)의 동물과 함께 살았던 우리집은 말 그대로 똥내가 둥천이었다. 각설하고


 어느날 울집 댓빵 수탁이 앞집 순남이네 댓빵도 아닌 부대빵 수탁과 결투를 했는데 닭벼슬이 죄다 쥐어뜯긴 사건이 발생했다. 또 울집 똥개는 옆집 대환이네 누렁이와의 결투에서 대글빡이 다 깨져 피를 철철 흘리며 귀가했다.


 억울하고 분했다. 남동생과 난 복수혈전을 기획하기에 이른다. 결투를 하는 놈들마다 패잔병이었으니 깡다구 하면 둘째가라면 서러운 내가 그냥 간과할 리 만무했다.

아무튼 처절한 복수혈전의 결과는 다음편에 계속, 각설하고!


"그 집에서 키우는 가축은 그 집 주인장의 성품을 닮는 법이다."


씩씩거리는 우리남매에게 아버지는 위로가 전혀되지 않지만 의미심장한 한 말씀 던지셨다.


"아버지, 그런데 저는 착한데요. 누나는 안 착한데요?"


그날 남동생은 나에게 이단옆차기 세례를 받았다.


똥개는 똥개대로 수탁은 수탁대로 남동생은 남동생대로 목을 틀어매고 심난한 봄을 견디고 있었다.그 장면을 내려다보던  담장의 꽃망울들만 희죽거리며 반기는 봄이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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