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를 정하는 법 OKR, KPI

by OHS

개인적으로 PO 일을 하면서 가장 많이 골머리 썩는 일은 목표 정하기다. 이전에 다니던 회사 중 한 곳에는 얼라이먼트 데이라는 목표를 강제로 정하게 만드는 행사가 있었다. 얼라이먼트 데이가 되면 모든 구성원은 업무를 중단하고 대낮부터 낮술을 때리면서 PO의 발표를 보는 날로 말 그대로 축제 날이었다. PO는 직접 지난 6개월 간의 러닝을 공유하고 앞으로 6개월의 새로운 OKR을 공표해야 했는데, 이 시기가 다가오면 2주 전부터는 거의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바빴다. 이때 나에게는 계열사의 BEP 달성이라는 발등에 불똥 떨어진 미션이 있었기 때문에 BEP에 맞춘 Key Result를 먼저 정했고, 거기에 머리를 쥐어 짜내어 Objective를 끼워 맞췄다. OKR의 의미와 완전 어긋난 방식으로 OKR을 설정했고, 발표하면서 속으로 제발 왜 그런 Objective가 정해졌나요? 하고 물어보지 않길 바랬다. 이런 생각으로 임했으니 발표는 당연히 최악이었다.


돌이켜보면 BEP를 맞추겠다는 목표는 KPI 설정이었다. 내 발표 포맷은 BEP를 달성하기 위한 선행 지표 공유, 그 중에 가장 임팩트가 큰 퍼널 분석, 그리고 퍼널을 개선하기 위한 전략 공유였다. 이렇게 KPI는 결과 지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게 된다. 예를들어 회사의 KPI가 월 매출 100억으로 정해지면 마케팅, 개발, 영업팀이 100억을 달성하기 위한 세부 KPI를 정하고 그 지표를 만들기 전략을 짠다. 마케팅 팀은 유저 획득 비용을 10% 절감, 개발 팀은 회원 가입 퍼널 전환율 20% 향상, 영업팀은 TOP 고객을 정의하고 그 중 50%를 데려오겠다. 등의 목표를 정하는 것이다.


굉장히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이렇게 목표를 세운 조직의 대부분은 실패한다. 고객의 문제가 빠져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결과 지표보다 과정 지표를 다루기 시작한 게 OKR이다. 고객이 어떤 문제를 겪고 있고, 그것을 해결하면 우리는 어떤 모습이 될 것이라고 상상하는 것이다. 그리고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었는지 다툼의 여지 없이 확인하기 위해 KR을 설정한다. 대부분의 업무는 투입, 과정, 산출물, 결과라는 네 가지 과정을 가지게 된다. 예를들어 인스타그램 마케팅이라면 돈이나 리소스를 투입하게 되고, 그 과정에 콘텐츠를 만들게 된다. 그로부터 조회수나 팔로우 등의 산출물을 얻게 되며, 최종적인 결과로 active user를 얻게 된다. 유저들이 원하는 콘텐츠가 무엇인지 고민하거나 우리 채널을 팔로우하지 않게 하는 원인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그것을 해결했을 때 우리 인스타그램 채널이 어떻게 될 것인지 상상해 Objective를 설정한다. 그리고 문제를 해결하면 채널의 팔로워 수가 100만이 될 것이라는 형태로 KR을 세팅하는 것이다. 꼭 100만 팔로워가 아니더라도 어떤 로직을 통해 콘텐츠 100개, 인스타그램 채널 확장 등은 KR이 될 수 있지만 월 매출 100억이 KR로 세팅되는 건 OKR 보다는 KPI에 가까운 목표 세팅이다.


주절주절 적었지만 사실 뛰어난 리더라면 KPI, OKR 중 무엇으로 팀을 관리하는 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뛰어난 리더라면 고객의 문제, 해결했을 때 결과물 그리고 우리 회사의 비전 등을 모두 연결지어 생각할 것이고, 결국 둘 다 달성하게 되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지표는 조직 내에서 활용되는 언어이기 때문에 경영 레벨에서는 KPI를 다루는 것이 좋고, 하위 조직으로 갈수록 OKR을 다루는 게 낫다. 경영 레벨에선 BM(Business Model)이나 PMF(Product Market Fit)을 증명해 다음 라운드로 나아갈 수 있어야 하고, 하위 조직에서는 각 스프린트에 해결해야 할 문제를 정의하고 몰입 레벨을 높일 언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장에 따라 다르겠지만 KPI는 반기 혹은 연 단위의 장기 목표가 되며, OKR은 1주, 1개월 혹은 3개월 등의 단기 목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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