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시선
남편은 브런치에 글을 연재한다. 남편글을 볼 겸 가끔 앱에 접속하는데, 어느 날 <너는 꿈이 많고 나는 생각이 많지>라는 제목이 눈에 띄었다. 모녀가 한 주제를 두고 각자 글을 쓰는 프로젝트다. 일상 대화마저 어려운 부모들이 많은 요즘, 청소년 자녀와 함께 글을 쓰며 생각을 나눌 수 있다니. 정말 건강하고 멋진 프로젝트라고 생각했다.
“이 브런치북 너무 멋있지 않아? 우리도 나중에 아이와 이렇게 소통할 수 있으면 좋겠어”
“대화하기도 어려운데 글을 쓰는 건 진짜 어려울 것 같아. 애가 글 쓰는 걸 좋아해야 할 것 같아”
“그렇긴 하다. 아이 성향도 중요하겠네”
”우리 둘이 쓰고 있자. 그러면 아이도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이 구성되지 않을까?”
그렇게 우린 <마주 앉은 오후: 두 가지 시선>을 연재하게 되었다.
우리의 첫 주제는 ‘글’이다. 함께 글을 연재하기로 마음먹었으니 서로가 생각하는 글이란 어떤 것일지 적어보면 좋을 거라 생각했다.
내겐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욕망이 항상 있었던 것 같다. 잠시 어린 시절을 돌이켜보자면, 친구에게 편지를 쓰거나 문서를 작성할 때 완벽한 구성의 논리적인 흐름을 가진 글을 쓰고 싶어 많은 노력을 했던 것 같다.(물론 마음처럼 되지는 않았다) 말주변이 없던 탓일까? 무의식적으로 글로라도 생각을 온전히 표현하고 싶다는 갈증이 있었던 것 같다.
중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는 인터넷 소설이 흥 했다. 비록 문학적으로 깊은 글들은 아니었을지라도, 그 이야기들을 읽는 시간 동안 완전히 몰입했고, 현실과 동 떨어진 느낌을 받았다. 마지막 화를 본 이후엔 마치 깊은 꿈에서 깬듯한 느낌이 들었다. 실제로 관련 유명 카페에 몇 번이고 연재를 시도하기도 했지만, 끈기 부족으로 늘 2화를 넘기지 못했다.
중학교 3학년부터는 미술을 배우기 시작했다. 미술은 주어진 주제와 소재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비유적으로 풀어내고, 그 결과물이 얼마나 창의적이며 타인에게 얼마나 이해와 공감을 얻었는가에 따라 평가된다.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소통하는 미술의 특성은 긴 사춘기를 겪고 있던 나에겐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고등학교에 진학하며 세상은 빠르게 변해갔다. 스마트폰, 이미지 중심의 SNS, 영상 플랫폼이 등장하며 글보다는 시각적인 콘텐츠가 중점인 시대가 되어갔다. 무분별하게 쏟아지는 콘텐츠는 점점 더 직관적이며 자극적인 성격을 띄워갔고 값싼 소비를 하는 것에 익숙해지며, 점차 사고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갔다.
30대를 앞둔 어느 날, 당시 동료였던 남편의 어떤 단순한 질문 하나로 인해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요즘은 무슨 생각을 하며 살고 있지?' 하는 물음이 생각의 꼬리를 물고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동시에 얕아지는 사고를 경계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고, 글을 쓰고 읽으며 생각에 잠기다 보니 생각은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고, 글은 그 생각을 돕는 가장 강력한 도구라는 것을 뒤늦게 다시 깨달았다. 글을 읽고, 쓰는 과정에서 우리는 경험했던 감정을 되짚어보고, 그 안에 담긴 의미를 곱씹으며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된다. 이로써 막연했던 생각들이 구체적인 언어로 정리되고, 이는 내면의 혼란을 다독일 수 있는 힘이 된다.
지난 3년간 동료로, 연인으로 그리고 가족으로 남편과 함께하며 이전의 삶보다 더 다채로운 순간들을 경험을 하고 있다. 때로는 놀랍고 감격스럽기도 한 순간의 값진 감정들이 그저 흘러가는 것이 아까웠다. 이제는 글을 통해 그런 순간들을 붙잡아두고 싶어졌다.
남편과 함께하는 이번 연재는 서로의 생각과 감정을 공유하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며, 이 연재를 통해 우리의 삶을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되리라 기대한다.
그런 의미에서 '함께하는 삶'을 다음 주제로 제시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