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삶, 갈등

남편의 시선

by OHS

결혼하기 전에 친구들과 함께 산 경험이 있다. 대체로 2주에서 8주 정도의 짧은 기간이었는데, 서울에 몇 주간 머물러야 하는 지방 친구들이 우리 집에 묵는 형태였다. 별생각 없이 시작된 동거에는 불편함이 쌓였는데, 물을 너무 많이 마신다는 비인륜적인 생각부터 얘는 공부하러 와서 왜 의욕이 없을까 하는 생각까지. 인터넷에서나 볼 수 있는 남편을 쥐 잡듯이 잡는 아내가 할 법한 생각들을 했었다. 친구들이 떠난 뒤 왜 별것도 아닌 것에 그렇게 의미부여를 했을까 생각했는데, 온전히 나만의 것이었던 공간과 물건을 나눠 써야 하는 불편함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나중에 우리 집에 오는 친구에게 내 경험을 설명하면서 하루 만원이라도 돈을 받았고, 그 덕분에 더욱 편하게 지낼 수 있었다. 이런 생각은 결혼까지 이어져서, 어느 한쪽의 집에 합쳐 살면 안 되고 같이 이사 가야 내 것을 양보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같이 살면서 생기는 갈등은 공간뿐만 아니라 여러 불편함에서 온다. 예를 들면 아내는 주방용품을 정리할 수 있는 도구를 사고 싶어 하는 반면에 나는 별 불편함이 없어 대충 쓰면 안 되나 하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아내가 나에게 어떤 물품이 필요한 이유를 장황하게 설명하더라도 공감하지 못하는 남편이 되곤 한다. 이런 차이는 나보다 주방 용품을 많이 사용하는 아내가 더 많은 불편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해도 나중에 아내가 정리해 둔 것을 보면 이래서 필요했구나 하고 뒤늦게 이해하곤 하는데, 나는 모르는 것 투성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이런 차이를 간단히 없애려면 나도 똑같은 불편함을 겪으면 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만약 그렇게 한다면 부부간 분업이 어려워지고 비효율적인 낭비가 발생하기 때문에 영원히 해결될 수 없는 간극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택한 방법은 예산을 관리하는 것이다. 필요하니까 사달라고 하겠지라고 생각하는 한편, 예산이라는 가드레일 안에서만 소비를 통제하는 것이다. 이렇게 이번 달은 여윳돈이 10만 원만 있다고 말하면 아내가 10만 원 안에서 우선적으로 없애야 할 불편함을 선택하는 구조가 완성된다. 우리는 아마 아이 교육에서도 서로 다름을 알게 되고 다툴 텐데 그때는 어떤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그래서 다음 주제는 자녀 교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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