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주지, 가치의 이동

아내의 시선

by OHS

직장인이 되어 처음으로 독립했을 때, 나에게 집은 회사와의 근접성과 가성비라는 두 가지 가치에 맞춰진 공간이었다. 평수가 작고 저렴했으며, 인테리어는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주변 편의시설 유무 또한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남편과 나는 둘 다 외출을 즐겨하는 편은 아니다. 연애 시절에는 같은 직장에 다녔고, 둘 다 직장 근처에 살았기 때문에 대부분은 동네 카페에서 소소한 데이트를 즐겼고, 동네를 벗어날 때면 마음먹고 아예 멀리 여행을 떠나곤 했다. 결혼을 준비하며 신혼집을 구할 때도 이러한 성향은 자연스럽게 반영되었다. 지금 살고 있는 동네는 대규모 단지도 아니고, 번화가처럼 사람이 붐빌만한 요소도 적다. 하지만 우리 부부에게 필요한 기본적인 인프라는 도보 5-20분 거리 내 모두 갖춰져 있고, 아파트 바로 앞에는 반려견과 함께 산책할 수 있는 작은 개천이 흐르고 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선호하는 조건을 갖춘 주거지가 아니거나 투자적으로 크게 매력적이지는 않더라도, 우리 부부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운 조건이 갖춰져 있다.


하지만 이제 곧 아이가 태어날 예정이고, 아이의 성장에 있어 학군지의 분위기가 미치는 영향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나 역시 중학교 때 좀 더 좋은 학군지로 이사하며 전학을 갔었는데, 불량한 학생을 바라보는 시선이 크게 달라졌던 경험이 있다. 이전엔 선망과 두려움의 대상이 되기도 했던 모습들이 새로운 환경에서는 그저 한심하게 여겨지는 분위기였다. 아무래도 청소년기는 또래 친구들의 영향을 많이 받다 보니, 나 또한 그런 분위기에 자연스럽게 동화되었고, 당시 가치관에도 영향을 받았던 것 같다.


결국 거주지의 가치는 단순히 집값이나 평수 같은 물리적인 지표를 넘어, 거주자가 해당 공간과 환경에서 얻는 주관적인 만족감과 삶의 질을 아우르는 총체적인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개인의 생애 주기, 가치관, 생활 방식 등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유동적인 개념인 셈이다.


우리 부부는 아이에게 최대한 많은 가치를 주기 위해 앞으로도 많은 노력을 하겠지만, 필요한 모든 조건을 다 챙긴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기에 새로운 거주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어떤 가치들을 우선순위에 두고 타협점을 찾아야 할지, 신중하게 나열하고 조율하는 과정이 계속해서 이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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