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내 직업은 비밀로 해둬

by 곽오리



아비를 아비라 부르지 못하고,

웹툰 작가를 웹툰 작가라 부르지 못한다네.





작가 곽오리는 자신이 곽땡땡인걸 밝히길 주저하고, 곽땡땡은 작가 곽오리란 걸 밝히기 주저한다.

그게 어때서?라는 반응을 종종 듣지만 꽤 미묘한 문제라 설명하기가 힘들다.


웹툰 작가는 굉장히 친근한 직업이다. 사람들 대부분 그게 무슨 직업인지 알고 있다. 접하기 쉬운 오락거리다 보니 여럿이 모였을 때 가볍게 이야기 주제 삼기에 좋다. 그 가운데 웹툰 작가 본인이 등장한다? 잘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직업을 밝히게 되면 순식간에 이목이 집중된다.


와, 자의식 과잉이다. 스타병이네. 그런 얘기가 아니다.


‘모작가는 얼마 번다던데 당신도 그만큼 버세요? 다른 플랫폼으로 왜 안 옮기세요?

직장인으로 쳐요, 프리랜서로 쳐요? 원고료 말고 유료 매출도 있죠? 해외수익도 있죠?’


일반 직장인이라면 조심스러울 질문들을 서슴없이 툭툭 던진다. 보통 이런 질문 잘 안 하지 않나.


‘옆 회사 대리님은 연봉이 얼마라던데, 그만치 버나요? 왜 옆 회사로 이직 안 하세요? 고용 계약은 어떻나요. 수익 구조, 연봉 세부내역은 어떻게 되나요?’


관심은 좋지만 무례는 거절한다. 가벼운 호기심으로 무례하고 불편한 대화들로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 않다. 차라리 내가 밝혀서 듣는 질문들이면 낫다. 어차피 여러 번 겪어왔기 때문에 이제는 가까운 지인이 아니라면 쉽게 직업을 밝히지 않는다. 정말 안타까운 경우는 옆에서 내 직업을 밝히고야 마는 경우다.



‘얘 00에서 000이라는 웹툰 연재하는 00 작가야.’



굳이 본명이 아닌 필명을 쓰고, 얼굴도 안 밝히는 사람을 그렇게 소개한다. 나한테 묻는 일 없이. 내가 그를 ‘00동에 있는 00 회사에 다니는, 이 00 대리야.’라고 소개하지 않는데 말이다. 한순간에 내 모든 포트폴리오, 근무처 등 모든 것이 다 드러나는데 이는 꽤 당혹스러운 일이다. 작업물을 공개하는 게 직업이잖냐고 말한다면 나는 필명 쓰는 사람이라고 답하겠다. (Tmi를 추가하자면 내향, 내성의 끝판왕이 나다.)



그냥 사무직에요. 자영업이에요. 하듯 나도 프리랜서예요. 정도만 말하고 살고 싶다.

그게 심적으로 편하거든.




*단 관계자들, 지망생분들의 관련 대화, 질문들은 언제나 환영이다. 그건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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