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어느 날 말한다.
‘다음 주 우리 결혼 기념 10주년이야’
‘계약갱신청구권 쓸 거야?’
‘종신 계약 아니었어?’
‘요즘 트렌드에 맞게 10년 주기로 하자.’
연애 기간까지 하니 결혼 10년이 훌쩍 지났다. 아기였던 아이는 크고, 뭇 사내 냄새가 난다. 고양이 눈웃음이 매력적이었던 아이는 쉴 새 없이 안겨 재잘거린다. 나는 아무것도 변한 게 없는 것 같은데 곰곰이 생각하니 많은 일이 있었다. 아이를 출산하고, 직장을 다니고, 이사를 하고, 전학하고, 코로나 팬데믹에, 격리에 인테리어에, 당일치기로 지방 출장을 가고
10년의 세월이 한순간에 흘러간 듯하다. 그동안 결혼기념일에는 나만의 선물을 했다. 없어지는 소비보다는 가치가 유지되는 것이 무엇일까. 명품 가방은 관심이 없고, 5만 원짜리 가방도 좋다. 명품 가방을 귀하게 쓸 자신이 없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욕망의 물건이 있기 마련이다.
누구는 차, 가방, 시계, 혹은 취미 생활 등….
나는 작은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3년에 한 번씩 크기를 늘렸다.
3부 5부 7부 캐럿….
‘큐빅처럼 보이게 목걸이 세팅해 주세요.’
‘보통 체인을 최대한 화려하게 하는데 왜 그러세요?’
‘가짜 다이아몬드처럼 보이고 싶어요.’
다른 사람에게 보이기 위함이 아닌 나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다. 그리고 날마다 착용하고 싶어, 그냥 가는 목걸이에 알만 덜렁 달려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다이아몬드 알이 커졌다. 그리고 강남으로 이사 후 더 이상 다이아몬드를 키우는 게 무의미해졌다. 캐럿이면 만족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 그 사실을 알고 난 다음 더 이상 다이아몬드를 늘리지 않는다. 사실은 대출 갚느라, 사치품에 신경 쓸 여력이 없다.
내가 신랑에게 다시 말한다.
‘그래서 계약 갱신청구권 쓸 거야?’
계약 갱신 청구권
임대인이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2개월(2020년 12월 10일 이후 최초로 체결되거나 갱신된 임대차부터 적용됨) 전까지의 기간에 임차인에게 갱신거절의 통지를 하지 않거나, 계약조건을 변경하지 않으면 갱신하지 않는다는 뜻의 통지를 하지 않은 경우에는 그 기간이 끝난 때에 전 임대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임대차한 것으로 본다. 임차인이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2개월 전까지 통지하지 않은 경우에도 또한 같다(「주택임대차 보호법」 제6조 제1항 및 부칙 <법률 제17363호, 2020. 6. 9.> 제2조).
주택에 계약 갱신 청구권이 생겼다. 좋은 건지 안 좋은 건지는 잘 모르겠다. 나라님의 말씀은 따라야 한다. 계약 만료 전 자신의 의사를 통보하지 않으면 동일한 조건의 계약이 한번 연장된다. 그래서 지금은 아파트 시세가 3중으로 되어있다.
1. 계약갱신권을 사용한 아파트 시세 예 5억
2. 신규 계약 아파트 시세 예 9억
3. 그 어중간한 중간값 예 7억
시세가 일정하지 않으니, 집 구하기 참 어려운 세상이다. 계약갱신권이 끝난 2024년에는 전세가 어떻게 될까.
현재 결혼은 종신 계약이다. 세상 공부, 부동산 공부도 좀 할 겸, 결혼생활에 계약갱신 청구권을 웃으며 적용해 본다. 인지상정으로 10년 계약 주기로 하고, 신랑의 의사를 물어본다. 신랑이 우물쭈물하며 말한다.
‘생각할 시간을 줘.’
며칠 후 신랑이 멋쩍게 말한다. 작년이 결혼 10주년이었다고….
작년 이맘때, 이사에, 인테리어에, 격리에 너무 많은 일이 있어서 그냥 지나갔나 보다. 기념일 챙기는 거에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아서 괜찮다. 대신 큰일들을 치렀으니….
‘좋아요. 이번은 묵시적 갱신이야. 다음엔 놓치지 않기 바라, 시세대로 금액 올릴 거야.’
그렇게 어쩌다 묵시적 갱신으로 결혼이 지속된다. 그렇게 낡은 아파트와 함께 시간이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