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1 나는 왜 걷는가?

 

 4-5년 전 아이들이 초등학생일 때 나는 아침마다 함께 등교하며 걷기를 시작했다

  걸어서 학교까지 15분 정도 소요되고 거기서 다시 거꾸로 걸어 금정산을 걷는다 금정산이라고 해서 봉우리를 향하는 건 아니고 공원처럼 잘 돼있는 산 길 걷기 정도다

 초등학생인 두 아이들과 언제까지 이렇게 등교를 해 보겠나 싶어 손잡고 걷는 것이 좋아 걸었다 처음엔 그랬다 그리고 날로 살이 찌는 것도 싫었고 건강을 챙겨야 한다는 이유도 있었다 그 당시엔 62kg 정도 나갔으니 무겁고 힘들었다 걷는 것도 힘들고 걷기도 싫었다 하지만 아이들과의 등교, 건강이라는 두 가지 이유로 걷기로 했고 두 아이는 이미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하나는 고2, 하나는 중3이 되었다

 그러니 나의 걷기는 5년 전쯤 부터겠다


 아이들이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나니 등교시간도 빨라지고 오로지 나만의 시간이 늘어났다 나는 영어학원을 운영하고 있기에 오전에 시간 활용하기가 좋아 안성맞춤이었다  

처음에는 걸을 때 너무 숨이 차고 다리가 아파 조금만 걷다 돌아갔다 걷기 싫었던 것이다 머릿속에 많은 일 더미를 처리해야 한다는 핑계만 찾았다

 그러면서 또 걸었다

그렇게 그렇게 걷다 보니 몸무게는 55kg 정도까지 내려갔다 물론 식사도 조절했다

 점점 몸이 가벼워지고 걸을 때 숨이 덜 찼다

 살이 쪘을 땐 가만히 있어도 심장이 미친 듯이 뛰다가 멈추는 현상이 자주 일어났는데 이제는 그런 현상도 사라졌다

무엇보다 걷고 나면 위가 편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위가 약해진 나에게는 걷기가 나의 건강지킴이가 되었다


  다리에 힘 기르고 건강상태도 좋아져 어느 여름 해발 1000m가 넘는 산에 오르기도 했다 다녀온 날은 내 두 다리에게 너무나 감사했다 그날은 아무 대책 없이  산행을 하여  깊은 산속 여름 폭우에 흠뻑 젖기도 했지만 상쾌했다


 그리고 얼마 후 나는 치루 판정을 받고 수술을 했다 큰 병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엄청나게 아팠고 불편했고 우울했다 무엇보다 수술 후  불편하니 자세가 흐트러지고 연쇄적으로 허리에도 무리가 가서 걷기도 힘들어졌다

몇 달을 수술과 회복 그리고 허리가 아파 제대로 걷지 못하니 새삼 눈뜨면 걷던 내 두 다리가 너무나 감사해졌다

 마음대로 온 천지를 누비고 다닐 수도 없었고 그때 함께 온 나의 노화에 우울해졌다

 그러면서 코로나 백신을 맞았후유증으로 또 이석증으로 고생을 하다 이게 죽는 건가 싶었다 이석증의 초기증세로 호흡곤란, 심장 과다 박동 등으로 왔으니 생전 처음 겪어보는 징후에 죽음이란 게 이런 건가 하는 느낌을 처음 가져보았다

순간, 내 인생을 재 점검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한동안 그런 복합적인 노화와 건강 이상에 많이 우울하면서 나는 많은 생각을 했다

  그래 앞으로의 남은 삶을 더 소중하게 나를 위해 살자

여태껏 아이들과 나의 일에 집중돼 있던 모든 시선을 이제는 나에게로 돌리자 하는 결론을 내렸다

 내 두 다리 튼튼할 때 좋은 곳으로 다니며 나의 내면이 충족하는  삶을 살자했다 그래서 더 걷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아프면 그 어디도 갈 수 없고 그 귀한 것들도 의미가 없다


  집 뒤에 걸을  수 있는 험하지 않은 예쁜 산이 있어 너무 감사하다 나는 나무의 기운이 너무 좋다 우직하게 서 있는 나무에게 늘 위로받고 가르침도 얻는다

봄여름 가을 겨울의 모습이 다 다른 이 나무의 외모도 내게 딱 맞다 그 변화무쌍함이 내게 걷기를 질리지 않게 하는 이유인듯하다  믿거나 말거나 내 사주에 목(나무)의 기운이 부족하다 하니 그래서 산에 가면 부족한 그 부분이 채워지는듯 하다 그저 아무말 없이 서서 다 가져가라는 기풍을 풍기니 그저 든든한 아버지같다


잎이 떨어진 쓸쓸한 겨울산에 이제 봄이란 녀석이 찾아온다

꽃도 새도 봄을 알린다  길고 긴 차가운 겨울이 있어 이 봄이 더욱 반갑다  치루 수술 하던때는 하늘이 너무나 맑고 높은 초가을이었는데 마음만큼은 아무것도 할수 없는 겨울 같았으니, 회복기를 지나고 봄을 맞이 하듯 미친듯이 쏘 다녔다 그래서 겨울의 그 움추러듦이 무엇인지 온 몸으로 알겠다

여름의 싱그러움도  기다려진다 천천히 오너라 봄을 충분히 느낀 다음 여름을 느끼고 싶다 천천히 오너라 부디!

  4계절의 변화가 가장 뚜렷한 산, 그래서 산 걷기는 단연 최고다


# 2 나는 왜 걷는가? 다음 시리즈에서 계속

  #산 걷기#걷기 중독#왜 걷는가#걷는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