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년 사이, 무서워하는 것들이 생겼다.
평일(대체로) 오전 10시 조금 넘어서 오는 오늘 입금날이라는 문자. 마찬가지로 평일 오후 3시 조금 넘어서 오는 마감하게 입금 요청한다는 문자.
퇴근할 때 집 문 앞에 붙어있는, 우체국에서 온 등기우편 수령 쪽지. 수령인은 남편이고 발신처는 무슨 은행, 무슨 신용금고, 무슨 법원 등 아주 다채롭다.
일주일에 한 번씩 확인하고 가져오는 우편물함. 남편에게 온 갖가지 우편물들이 한가득이다. 다들 뭔가를 재촉하는 내용인 것 같다.
대출금과 카드값 납입일을 알리는 문자와 카톡. 내가 쓰지 않은 돈을 내가 갚아야 한다는 것도 억울하지만, 나에게는 그걸 갚아나갈 능력이 없다.
남편의 한숨. 이번엔 또 무슨 일이 터진 것일까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다. 이혼을 결심했지만 아직은 부부이기 때문에 남편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나에게도 책임이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
주말이나 휴가철, 여행 계획이 없는지 묻는 심상한 질문들. 나에게는 여행 계획이라고는 없다. 나는, 이 집에서 계속 살 수 있을지 없을지 그걸 고민하느라 머리가 터질 것만 같다.
엄마가 서울 동생네로 놀러 갔다. 서울 막내 동생네서 하룻밤을 자고 인천 둘째 동생네서 이틀밤을 잔 후 오늘 집으로 내려간다고 했다. 둘째 동생의 남편, 그러니까 제부가 승진을 해서 엄마에게 패딩을 하나 사줬다고도 했다. 엄마는 그 말을 하면서 비싸지 않은 패딩이라는 말을 강조했다.
원래도 막 효녀는 아니었지만 결혼 이후 더 자식으로서의 도리를 못하고 있다. 내가 사는 게 힘들어, 매 순간이 깔딱 고개인지라, 그 고개를 넘으며 살아남느라 나의 온 에너지를 다 쓰고 있다. 아이 이외에는 누구도 챙길 여력이 없다.
예전에는 정말 싫어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내가 가장 많이 쓰는 말들이 있다. 인생지사 운칠기삼이라는 말, 여자 팔자 뒤웅박 팔자라는 말, 공부 잘하는 여자가 얼굴 예쁜 여자 못 이기고 얼굴 예쁜 여자가 팔자 좋은 여자 못 이긴다는 말 같은 것들.
나는 공부 잘하는 여자였다. 부모님에게 살갑지는 않았지만 가끔은 자랑스러운 존재였다. 시골에서, 지 혼자 공부해서 좋은 대학 갔다고... 대학에 입학하고 얼마 안돼 술에 얼큰하게 취하신 아빠가, '어떻게 우리한테서 저런 애가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자랑스럽게 말씀하셨던 적이 있었다. 지금은 돌아가신 아빠가 말이다.
적어도 보통의 삶 정도는 살 줄 알았다. 다른 것들을 포기하고 열심히 공부하여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직업을 갖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아니었다. 보통의 삶은 나에게는 꿈이었다. 언제나 발 밑은 벼랑이다. 이 삶이 언제 무너질지 몰라 나는 매일 전전긍긍한다. 아침에 눈을 뜨면, 아직도 살아있는 것에 절망한다.
결혼 이후 거의 모든 시간이 힘들었지만 이번 한 주는 특별히 더 힘들었다. 나의 글은 어쩌면 나의 하소연이다. 일주일에 한 번, 이렇게 글을 쓰는 시간마지 없었다면 나는 어딘가로, 사라져 버렸을지 모른다.
그리하여 이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독자님들께,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
당신들이 있어 내가 아직도 버티고 있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