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의 아빠로 산다는 것

사랑이 태도가 될 때

by 개미는룰룰


서른 살.

어느덧 그때의 아빠가 바라보던 나이의

세상을 살고 있다.


내가 정말 존경하는 선생님께서 했던 말이

간혹 떠오를 때가 있다.

“서른이 된 내 모습을 상상했을 때

이런 모습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서른이 된 지금 나는 상상 속의 모습이 되어있어.”

그 말을 들었던 순간의

선생님 얼굴이 아직도 선명하다.

그날의 공기와 목소리까지 기억날 만큼

인상 깊은 장면이었다.


그때부터일까

서른이라는 나이는 나한테 꽤나 의미 있는 나이였다. 그러니까 ‘나도 꼭 서른이 되었을 때

내가 원하던 서른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지’하는 다짐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단언컨대, 선생님은

내가 아는 어른 중 가장 멋진 어른이었으니까.


그래서 문득 서른이 된 내 모습을 상상해보고는 했다.

아니 어쩌면 서른이 될 나의 모습을 기대했던 것 같다.

어떤 서른이 되고 싶은지에 대한

명확한 그림도 없었지만

그저 막연하게 서른이 되면

선생님 같은 어른이 되어있을 거라고 믿었던 것 같다.


하지만 막상 살아보니,

서른이 된다는 건 어떤 완성의 순간이 아니라

불완전함을 안고도

하루를 계속 살아내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아빠가 그 시절 썼던 일기 속 문장들처럼

하루하루는 여전히 불안하고, 감정은 쉽게 흔들린다.


아빠도 그때 이런 마음이었겠지.

책임감과 불안,

그리고 말로 다 하지 못한 마음 사이에서

오늘 하루를 어떻게든 버텨냈다는 안도감과

내일은 조금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 그리고

나를 생각하며 웃었을지도 모를 표정을 지으며.


요즘의 나는 종종 아빠처럼 하루를 산다.

일에 치이고, 마음이 지치고,

어떤 날은 괜히 말이 줄고,

어떤 날은 미래를 걱정하다가 밤을 새우기도 한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내 일상을 단단히 붙잡고,

작은 일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으려 애쓴다.

그렇게 하루를 살아내다 보면,

그 시절의 아빠가

나처럼 하루를 버텼을 거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생각 하나로 마음이 조금 단단해진다.


가끔 아빠의 일기장을 다시 펼쳐본다.

아빠의 일기장에 적혀진 문장들이 여전히 따뜻하다.

문장에 스며든 마음이 시간을 건너와

내 하루를 지탱해 준다.

사랑은 거창한 말이 아니라,

하루를 포기하지 않고 살아내는 일이라는 걸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나는 그때의 아빠에게서 배운 마음으로

나의 하루를 써 내려간다.

조금 더 다정하려고 애쓰고,

책임 앞에서 도망치지 않으려 한다.

언젠가 내가 누군가의 품이 될 수 있다면

그건 분명 아빠가 내게 만들어준 품 덕분일 것이다.


언젠가 나도 아빠처럼

누군가를 사랑으로 견디게 될까.

아빠의 시절을 걷고 있는 지금,

아빠가 남긴 사랑의 방식으로 누군가를 믿고,

그 믿음 속에서 다시 누군가의 하루를 지탱해 주며,

그렇게 오래도록 따뜻한 문장으로 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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