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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그림.

입파도에서.

by 날개


섬으로 여행을 다니면서 가장 좋은 것은 고립감이다.
선착장이 눈에 들어오면 설렘에 심장소리가 불규칙 해진다.
정물화처럼 붙박인 섬이 주는 안정감이 고립감 다음이다.
섬 여행을 자주 하게 되면서 멀거나 가깝거나 가리지 않았지만 연휴가 주는 자유로움에 서두른 것이 패착이 될 줄이야.
입파도!
전에 다녔던 섬을 생각했던 것이 우선 불찰이었지만, 그래도 들은 문자와 얻은 풍월로 대충 준비했던 것 또한 제2의 불찰이었다.
무인도에 가까웠던 섬이었다는 것이 사실이었다.
일단 마실 물이 없다는 사실에 식수를 가지고 들어가야 하고, 펜션이라 예약받고 도착한 곳에는 후줄근했던 민박집이 주는 우악스러운 기분.
마지막으로 기대했던 조용함은 낚시꾼과 해루질을 하려는 사람들로, 그야말로 장마당이었다.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시간에( 펜션 주인이 주말에만 영업을 한다.) 밀려오는 불안감.

그랬다.

왜? 입파도였을까?
파도만 설 수 있는 곳.
아무것도 없었다.
심지어 바지락 한 알도 보지 못했다. 굴딱지조차 없는 섬이 있긴 하네.
그러니 당연히 낚시는 입질조차 없고.

그나마 밀려온 미역 거둬 말리면서 책 한 권을 지문처럼 읽은 것이 유일한 힐링이 되었다.

떠나오면서 바라본 입파도는 정말 파도만 벌컥이며 손을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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