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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그림.

누나가 그리워서.......

by 날개



핸드폰에 뜬 '안 늙는 삼촌'이라는 글자를 보는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막내 외삼촌의 번호인데.......
바로 받을 수가 없다.
뭔 일이 있구나.
지레 놀라서 가슴만 벌렁거린다.
잠깐의 텀이 벌어졌음에도 계속 울리는 벨소리.
" ㅇㅇ씨 전화 아니에요?"
장난기가 잔뜩 묻은 삼촌의 목소리다.
휴~~~.
" 삼촌! 나 맞는데. 웬일이야? 건강은 어때? 나 안 잊어버렸네."
숨 쉴 틈도 없이 안도감과 반가움에 내 목소리는 한 옥타브 올라간다.
" 그래. 잘 지낸다. 건강도 괜찮고. 인지 장애가 있어서 기억이 잘 안나는 거 빼고는. 어째 네 목소리는 변하지 않노?"
" 고뢔? 삼촌도 그런데?"
삼촌과 나는 나이 차이가 그리 많이 나지는 않는다. 그래서일까? 집안 모임에서도 유독 막내 외삼촌 내외와는 스스럼이 없다. 또 하나는 나의 큰딸과 삼촌의 막내아들이 동갑이다. 가끔 학부모 모임 같을 때도 있었고.
" 니 목소리 들으니 누님 생각이 난다. 너는 생긴 것도 어째 그리 누님하고 똑같은지......"
" 모전여전이지. 하하하"
" 나는 누님이 아니었으면 지금 여기에 없었을 거다. 17살에 설 쇠러 가는데 큰형수님이 밥 값도 못하니 집에 내려가서 올라오지 말라고 해서 밤기차 타고 가면서 얼마나 울었던지. 집에 내려간다고 누님이 고리땡 바지랑 잠바 사서 입혀 줬는데 좋아할 새도 없이 기차 안에서 내내 어찌나 서러웠는지....... 그런데 누님이 전보를 쳐서 올라오라고 누님 집으로 오라고. 나는 그때 누님이 오라고 하지 않았으면........
삼촌의 목소리가 젖는다.
" 에고. 삼촌만 엄마 보고 싶은 거 아니야. 나도 많이 보고 싶어. 울 엄마."
" 글나? 어째 꿈에도 한 번 안 오는지 울 누님 좋은 데서 행복하실 거야. 그렇겠지?. 니 바쁜데 미안하다."
" 아니야. 삼촌, 언제든지 전화하고 싶으면 전화해." 도돌이표로 바뀐 대화는 그 후로도 한참 이어진다.
그래도 잃어가는 기억 속에서 나를 놓지 않아 주셔서 고맙습니다. 통화가 끝나면서 바로 잊으시겠지만.
삼촌!

천천히 잊어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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