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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에서

주말에 시장 갈 일 없다.

by 날개

공장 뒤편에 작은 텃밭과 닭장이 있다.

산란계 네 마리와 토종닭 세 마리가 돌아가며 하루에 대여섯 개씩의 달걀을 낳는다.

산란계는 아직 무정란이라서 크기나 흰자의 점성이 묽다. 이틀간 모은 달걀 10개나 되네.

윗집 할배네 밭옆에 세 들듯이 심은 참외는 검버섯처럼 꺼끌 거리고 땡볕에 목 타는 방울토마토와 고추까지 몽땅 땄다. 지난 휴가에 말라죽었겠거니 했는데 일부러 물 주러 다녀가시던 이장님 덕분에 모두 쌩쌩했다.

작년에 심은 사과나무에 달린 쪼꼬만 사과 몇 알은 열에 들떠서 누렇다.

간신히 매달려 있는 가지는 안타까울 정도로 꼬부라져 있다. 너는 다음으로 미뤄둘게.

얻어 온 호박까지 주말 내내 시장 갈 일이 없겠다.

봄부터 남편은 자신의 정원을 ( 나는 텃밭이라 부른다.) 닭장 옆과 개집 옆에 손바닥만 하게 만들었다. 공장을 새로 지으면서 작은 동산을 깎아내고 만든 잔디조경 아래였다.

남편은 다 계획이 있었군. 설계도에도 없었던.

문제는 잔디 살리자고 풀 제거 작업 과정에서 풀약을 준 것이 문제가 되었다.

경사진 잔디 밑에 만든 정원( 나는 그래도 텃밭이라 우기지만)에 심은 나무나 식물이 몽땅 숨을 쉬지 않았다.

리에 부은 물이 발치로 가는 이치를 몰랐을까?

동냥하다시피 조각조각 여러 곳에 몇 알씩 심어 둔 것이 뽈록 거리며 제법 형태를 갖춘다. 상추, 양배추, 고추, 가지, 토마토,

아뿔싸!

거기엔 달팽이가 작은 몸을 숨기고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훔치는 건지 빼앗는 건지 잎사귀마다의 구멍은 자꾸만 넓어져 가고.

넓어지는 건 구멍만이 아니다. 먹는 입이 늘었다.

닭들이 우리보다 더 잘 먹어 치워 준다.

" 그래 같이 먹고살자."

부잡스레 왔다리 갔다리 남편의 정원은 아직도 미완이지만, 뒷집 이장님네서 잔디밭으로 넘어와 흘러내리는 호박 덩글과 익어 떨어져도 거두지 못하는 할배네 토마토밭과 들깨밭이 경계가 지워내니 야채를 주말마다 듬뿍 들고 온다.

덕분에 주말마다 우리 집 식탁은 초원지대이다.

푸르디푸른 우리의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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