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에서 어릴 때 먹었던 반찬을 자주 하게 되었다. 단출하게 둘이 먹는 끼니지만 가짓수는 단출하지 않다.
김치 담는 게 취미라고 남편은 가끔 자랑인 듯 지인들에게 그렇게 이야기한다.
딸들을 시집보내고 딸들이 맛있게 먹던 모습을 떠올리며 반찬의 수에 추억이 더해졌다.
먹는 것을 가리지 않았던 큰딸은 평균 이상의 키, 약간 가리던 막내딸은 평균에 꼭 맞는 키는 식탁에서 결정 났다.
꼭 10센티!
그러다가 우리가 어린 나이에 좋아했던 음식 이야기가 섞이면서 반찬가지 수는 더해진다.
나는 좋아하고 남편은 좋아하지 않는 음식이 두어 가지 있다.
그중에 어묵조림이 그랬다.
남편이 만난 어묵은 지금거리는 불쾌한 식감이었고 살림에 관심 없던 엄마의 대충 하는 맛에 짜기만 했단다.
남편의 기억 속의 어묵은 조선간강을 뒤집어쓴 덜 갈린 생선부침개 같았다고......
반면에 나의 어묵조림은 양파와 당근을 진간장에 잘 조려낸 도시락 반찬이었으니......
그리고 오징어국과 동태찌개가 그랬다.
막내가 좋아해서 간혹 끓였는데 어느 날 식탁에 앉자마자 뜬금없이 " 난 아버지가 좋아하시던 음식은 질려서 싫어."
왜?
큰 솥에 잔뜩 끓여 놓고 무가 형태를 모를 때까지 상에 올랐던 어린 날의 밥상이 떠올라서라고 했다.
" 그래도 아버님 좋아하시는 음식은 자주 하셨나 보네 어머님이, 식구가 많으니 많이 하셨을 테고."
" 그렇게 이해해 주지 마. 울 엄마는 살림을 안 했던 거야. 저녁이 매일 늦었어. 아버지 오시면 밥상을 차리니 동생들은 졸면서 먹었지. 한 번은 둘째가 밥 먹다 뒤로 벌렁 나자빠진 거야. 졸면서 먹다가 잠이 든거지."
"난 친구네 집에 다닐 때부터 우리 엄마가 살림을 안 한다는 걸 알았어. 나는 한 번도 친구들을 집에 데려 온 적이 없어."
들어서 알고 있고, 부딪쳐 살면서 느낀 시어머니의 이야기는 항상 남편의 매몰찬 결론으로 가끔 위로도 되었다.
그에게 어머니는 분절음이었다.
어. 머. 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