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동안 서로를 견딘 시간이 되어버렸어.
어떤 인연으로 함께 하게 되었는지
기억도 할 수 없는 시간이 너와 나 사이에는 있었지.
넌 항상 말없이 지켜보고만 있었지.
나는 네게 스스럼없어하는 모든 것을 들키곤 했지.
가끔 너의 목마른 모습이 눈에 거슬리면 잠깐씩 달래주는 것.
그것 밖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어.
계절이 바뀔 때마다 점점 버거워졌던 것도 사실이야.
한동안 너를 의식하지 못하다가 문득, 돌아보면 처연하게 너는 내 눈을 피했었어.
알았어.
네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작은 자리에서 조금씩 넓혀서 옮겨 앉은 너는 어느새 나와는 상관없이 영역을 넓히고 있었지.
실바람에도 살갗을 앓았던 때
너는 여전히 나를 바라봐 주었지.
그런 네게 더는 미안하고 싶지 않았어.
그래서 너를 보내주기로 했지.
해가 막 지려고 할 때였어.
분홍색인 것 같기도 보라색인 것 같기도 희뿌연 회색이 먹어가는 네 푸른색이 먹색이 되는 것을 보다가 문득, 내가 너를 살린 것이 아니라 너는 너 스스로 살아남은 거라는 걸.
너와 나의 인연은 여기까지라고 내 입에서 소리로 튀어나왔어.
단순한 변심이라고 할 수는 없어.
실은 스미듯이 너를 보낼 생각이 아주 오래되었음을 너도 알고 있었을 거야.
이제 그만. 오래도 같이 했다.
너를 분리했을 때 잔뿌리로 꽉 찬 화분 안을 보고서.
너는 나를 떠나 무한확장의 삶을 살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생기더라.
너를 뽑아낸 내게 하는 미안함을 빙자한 합리화이겠지만.
먼지알갱이에도 뿌리를 내리는 너니까.
너의 별명이 출산드라라고 하더군.
맞아. 맞아.
너와 헤어지며 다짐한다.
다시는 다육이와 인연은 만들지 않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