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골목 사람들. 2

벙어리 냉가슴 앓듯이.

by 날개


그 집은 대문이 없었다.
골목을 향한 쪽문만 있는 그 집은 항상 조용했다.
골목 안에서 늘 일어나는 우당탕탕한 소리는 소음에 가까웠지만 그 집의 문 안으로는 들어가지 않는 것 같았다.
앙다문 아저씨의 입처럼 꼭 닫혀 있었다.
앞집에 사는 기철이 아버지만 그 집 문을 열고 닫을 수 있었다.
말이 없는 아저씨는 혼자 산다.
가끔 동생부부가 다녀 가면서 기철이 아버지에게 뭔가를 부탁하는 소리를 들었다.
뭘 하시는지, 뭘 어찌해 먹고 사는지 골목 사람들은 궁금하지 않아 하는 것이 더 궁금했다.
하루에 한 번 불이 켜지는 시간이 있다.
간유리에 비치는 30촉짜리 전등이었지만 어김없이 그 시간이면 켜지는 것도 궁금증을 더했다. 저녁은 일찍 드시는 것 같은데.
말보다 눈치가 빠른 나여서 어른들에게 물어보지는 않았었다.
그 집에 사는 아저씨는 선천적으로 말을 하지 못하고, 결핵을 앓는다는 것도, 기철이 아버지가 가끔 들여다보는 것이 못마땅해서 기철이엄마가 엄마에게 하소연하는 중에 알았다.
가뜩이나 아픈 동생 때문에 이사를 온 탓에 엄마는 더 근심을 하게 되었지만, 기철이엄마는 철저하게 본인이 조심하니 괜찮다며 안심을 시켰다.
우리에게 그 집 근처에서 놀지 말라는 경고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었던 지라 나도 동생들을 더 챙겨야 했다.
어쩌다 기철이아버지가 그 집 문을 열 때 훅 풍기는 젖은 시멘트에서 맡아지는 먼지 냄새와 빨래 비누냄새가 묻은 연한 비린내가 한꺼번에 몰려나왔다.
두 사람의 안부이자 소통이었겠지만 툭, 툭, 툭 부러지는 소리와 얼기설기 엉킨 나뭇가지 같은 손짓의 그림자들 뿐이었다.


그날은 엄마가 몸살이 나서 장사를 가지 않은 날이었다. 약을 사 오던 내가 그 집 앞 문 앞에서 넘어졌다. 평소 같았으면 불이 켜져 있어야 했지만 깜깜했다.
투덜대며 집으로 들어서는데 기철엄마가 뒤에서 오다가 볼멘소리를 한다.
" 한 사람만 비추는 거야. 말도 못 하는 주제에 음흉하게......"


기철이엄마의 나이가 되었을 때야 알았다.

불이 켜진 그 시간이 커다란 옷보따리이고 들어오는 울 엄마의 발밑을 비추는 것이었다는 것을.

간유리를 통해서 무사한 엄마를 지켜보던 벙어리 냉가슴을 앓았던, 말로는 전할 수 없었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