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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개 Dec 05. 2023

용접사의 하루

친구가 찾아왔다



 쇠를 녹여서 하는 것이 용접이지만 시간이 겹치면서 어느 것 하나 용접이 아닌 것이 없다.
 
 친구는 오래 울었다.
 나는 들고 있던 찻잔이 식었을 즈음 친구의 퉁퉁 은 얼굴을 건너다봤다.
 울 데가 없었던 친구의 급작스러운 방문에도 늘 열려 있는 내 집이 오늘은 치유의 공장이 되는 것이다.
 내게는 익숙한 일이지만 친구는 처음 시도하는 일이다.
 다른 날과 달리 눈빛이 푸르스름하다.
 지난 주말에 만난 몇몇 친구들과의 자리에서 낯선 단어들을 던지는 친구에게서 나는 오늘을 예상했다.
 유난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았던, 밝아 보이던 ( 밝아 보이려 애쓰던) 친구를 다른 이들은 많이 부러워했다.
 설핏 지나가는 불안을 느낀 지는 작년 송년 모임에서부터였다.
 
 묻지 않았다.
 물어볼 수가 없었다.

 가까이 있는 친구들이 마치 데모라도 하듯이 칠렐레 팔렐레 자신들의 이야기를 가감 없이 마구마구 쏟아내는 것이다.
 뭣 때문이 사는지 모르겠다고.
 정신없이 살다 고개를 들어보니 낯선 곳에 덩그러니 혼자 있더란다.
 그 황당함에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누구랄 것 없이 억울함이었다.
 찻물이 우러 나는 시간만큼만 울라고 했는데,  찻잔이 다 식어도 그치지 못하는 사연이 애달프다.
 진작 좀 털어놓지.
 농이 되어 눈물로 쏟아지기 전에.
 발 뻗대며 엉엉 진작 좀 울어봤더라면.  

  때가 된 것이구나.
 마음살을 앓고 나면 또 한 번 성장이 되겠지.
 오늘 시원하게 흘린 눈물로 군불 지펴서 더는 춥지 않은 시간을 맞으라고.
 다시 찻물을 데운다.
 아픈 마음까지 녹여서 붙여 주는 것이 내게는 진짜 용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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