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도서관

by 자국

IMF 시절 뉴스에서 등산하는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다.

화면의 그분들은 모두 퇴직한 사람들이었다.

지금 내가 있는 이 작은 도서관에도 퇴직한 사람이 몇 명 있으리라.

한가로이 시간을 때우는 나 같은 사람말이다.


정기적으로 도서관에 오다 보면 누가 매일 오는지도 알게 된다.

안내데스크 직원은 내가 누군지 알고, 늘 같은 자리에 앉는 익숙한 청년도 있다.

매일 찾아가면 한심한 사람으로 여기지 않을까? 생각도 해보지만 그게 무슨 상관일까?

딱히 갈 곳도 없고, 나는 그냥 오늘 내가 해야 할 일을 하면 되는 거다.


도서관에서 난 주로 공부를 한다.

한동안 건축과 관련된 공부를 했었고, 최근에는 주식과 관련된 자료를 찾아본다.

주식에서는 작고 큰 시행착오가 있었고, 이를 통해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그동안 알지 못했던 나의 심리와 행동패턴도 알게 되는 경우도 많다..


도서관이 주는 특별한 점은 나의 몸은 가만히 있지만 머리는 엄청 활발하다는 거다.

책도 보고, 영상도 보고, 또 가끔 그것을 글로 정리하다 보면 마치 여행을 하는 기분이다.

얘기할 친구하나 없어도 혼자 여행하듯이 지낼 수 있는 그런 곳이다.

도서관의 매력은 이런 것이다.


그런데 도서관에 올 수 있는 날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1~2주 지나면 아들의 방학이고, 그때는 집에서 특별한 아들과 생활해야 한다.

그래서 나의 계획은 도서관의 모든 분위기를 집으로 옮기려고 한다.

앉기 편한 의자와 나무 책상도 준비하고, 조용한 음악도 틀어놓으려고 한다.


도서관 같은 집은 나의 바람이지만,

감각 추구를 좋아하는 우리 아들은 놀이터 같은 집을 원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놀이터 같은 도서관' 같은 집으로 꾸며야겠다.

아들이 좋아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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