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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섭섭 Oct 24. 2021

서울 사람들의 출퇴근

어찌 화나지 않으리오.

  서울의 삶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지하철이다. 서울 열린 데이터 광장에 따르면 2020년 서울시의 지하철 수송인원은 약 이십일억 명(2,127,219,000명)이다. 매일 서울의 지하철은 가득 찬다. 과거에는 콩나물시루라고 불렸지만 이제 지하철은 지옥이 되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매일 지옥을 아침저녁으로 다녀온다. 


  나도 서울에 살 때는 동대문구 이문동에 거주하면서 신촌역에 있던 당시 직장까지 출퇴근을 했다. 이문동에서 외대앞역 1호선을 타면 시청역까지 가서 2호선을 갈아타고 신촌역에 하차하여 사무실까지 걸어갔던 기억이 있다. 거리는 도보 포함해서 13km 정도의 거리고 지하철을 타는 시간만 31분이 걸린다고 하니 대기시간과 이동시간을 포함하면 4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 거리다. 


  서울 사람들은 내가 이동했던 출퇴근 거리와 방법을 들으면 직관적으로 “괜찮은데?”라는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다. 외대앞역은 외곽에 위치해서 사람이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어서 자주 앉을자리가 있었고, 시청역도 환승거리가 그렇게 긴 역은 아니었기 때문에 서울 사람 치고는 준수한 출퇴근길이라고 볼 수 있다. 


  그 전에는 경기도 구리에서 동대문구까지 버스로 40분 정도 걸리는 거리를 다녔고, 또 어떤 시기에는 석계역에서 신촌역으로 출퇴근을 했으니 그때도 지하철 타는 시간만 해서 40분 정도 소요되었다. 그래도 나는 운이 좋았는지 서울 살면서 40분에서 50분 정도 되는 거리를 생활권으로 영유하면서 살았던 것 같다. 주변의 친구들이 인천에서 동대문구까지 두 시간이 걸린다더라는 이야기나, 사당에서 수원행 버스를 기다리는 이야기같이 서울 안에서의 이런저런 이동시간들을 이야기하는 자리에 있을 때면 “나정도는 평범한 거구나”라고 생각하면서 지내곤 했다. 2020년 조사된 한 발표에 따르면 수도권 거주자들은 평균적으로 1시간 27분을 출근시간에 사용한다고 하니 40분은 감지덕지인 수준이다.

 

  그런 삶을 살다가 대전에 와서 살다 보니 이게 또 느낌이 다르다. 대전에 처음 왔을 때는 버스를 타고 20분 정도 거리의 직장에 출퇴근을 하고 있었는데, 대전에서 새로 만난 친구들은 엄청 먼 거리라고 생각했다. 내입자에서는 서울에서의 출퇴근 거리에 비하면 아주 가까운 거리라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이게 참 묘한 것이 서울에 비하면 대중교통이 엄청 촘촘하게 설계된 곳은 아니다 보니 버스 대기시간도 길고, 선택지도 많지 않아서 멀게 느끼는 것일 수도 있겠다 싶지만 아무리 그래도 서울보다는 시간도 적게 걸리고, 거리도 짧았다. 


  그러고 보니 또 역세권에 대한 감각도 다르다. 서울에서도 "역세권, 도보 5분 거리" 뭐 이런 광고를 심심치 않게 봤지만 서울 외 지역에서 역세권과 서울의 역세권의 감각이 다르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서울에서는 집 대문 앞에서 지하철 혹은 버스 정류장까지 5분에서 10분 정도면 역세권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에 따라 다를 수는 있지만 서울시 도시계획 용어사전에 따르면 ‘역세권은 역을 중심으로 다양한 상업, 업무, 주거 등의 활동이 이뤄지는 반경 500m 이내 지역’을 뜻한다. 서울시에서 도시계획을 짤 때도 이 기준으로 역세권을 한정한다. 물론 500m 이내는 초 역세권이라고 보기 때문에 실제로는 걸어서 10분 정도의 거리 1km 정도가 역세권이 맞다. 경험적으로 대전 사람은 머리로는 서울과 비슷하게 걸어서 10분 거리 정도가 역세권으로 생각하지만 가슴으로는 3분에서 5분 정도 거리까지를 역세권, 혹은 교통 접근성이 높은 지역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대중교통의 조밀성은 서울이 더 높은데도 말이다. 내가 느끼기에는 서울과 비 서울 지역 사람들이 공간과 시간에 대한 감각이 다르다.


  지나가는 서울 사람을 붙잡고 서울살이에서 가장 스트레스받는 일을 물어보면 열에 일곱은 등하교, 출퇴근을 이야기할 것이다. 경기도에서 서울로 이동하는 사람은 사실상 지하철과 버스에서 보내는 시간이 집이나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과 비슷할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은 살기 힘든 곳이다. 정말 많은 시간을 도로 위, 지하철 안에서 보낸다. 나도 힘들고 너도 힘든 오오라가 가득 차 있는 공간에서 같이 이동하고 살아가고 있다. 이제는 지옥철이라 불리는 서울의 지하철을 타는 사람이 화 나 있는 것은 정말 그 사람 잘못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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