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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섭섭 Oct 24. 2021

서울의 운전자들

화가 가득한 도로 위


화나 있는 사람을 이야기할 때 운전자를 빼놓을 수 없다.  물론 한국의 운전문화는 서울 사람들에게 한정된 것은 아니다. 각 지역마다 자기 동네의 운전문화를 문제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항상 많고, 부산의 다이내믹함은 인터넷에서 자주 언급되는 운전문화 밈 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거칠고 위험한 운전문화는 서울의 문제라기보다는 한국 전반의 문제인 것으로 보는 것이 맞겠지만 그럼에도 가장 많은 차량이 움직이고 항상 북적이는 서울의 도로 사정을 생각해 봤을 때 서울의 운전문화가 한국 운전문화의 대표적인 예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서울 사람들은 항상 화가 나있다는 명제에 가장 어울리는 대상은 운전자들이다. 서울의 자가용 운전자는 대체로 항상 화가 나 있으며 그 화를 분출하지 못해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사람 본모습을 보려면 운전하는 걸 보면 된다.”라는 말은 현대의 속담처럼 사용되는 인성 판단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 


“친한 사람과는 운전연습을 하면 안 된다”는 속담도 있다. 


개인적으로 자동차 핸들 클랙슨에는 스티커를 하나 붙이고 싶은데 그것은 

“지금 눌러서 문제가 해결되나요?” 같은 문구다. 


클랙슨은 애초에 상대방에게 위험을 인지시키기 위해 존재하는데 서울의 운전자들에게 클랙슨은 일종의 자기 분풀이다. 이미 지나간 위험에 대해서 혹은 앞차의 답답함에 화를 내기 위해서 클랙슨을 사용한다.  즉 클랙슨의 원래 기능과 동떨어진 방식으로 많이 활용하고 있다. 큰 소리가 나는 클랙슨 까지 가지 않더라도 차 안에서 이미 떠나가는 차를 향해 욕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물론 놀란 마음과 분노가 이해가 되기도 하지만 한번 올라온 화가 가라앉지 않는 것은 다른 문제다. 이런 문제가 심각한 사람들이 지나간 차를 꾸역꾸역 따라가서 보복운전을 하게 되는 것이다. 


  세상은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고 다양한 갈등이 발생한다. 특히 도로 위는 그런 다양한 사람들이 상호 규칙에 따라 무겁고 빠른 탈것을 타고 쉴 새 없이 움직이는 곳이다.. 그런 곳에서는 당연히 실수도 발생할 수 있고, 사고가 나기도 한다. 즉 서울같이 번잡한 도시에서 자가용을 운전한다는 것은 매우 높은 리스크를 감내하는 일이고, 그렇다면 운전자들은 좀 더 넓은 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러나 운전자들은 쉴 새 없이 화를 내고 있다. 하루에 울려 퍼지는 클랙슨 소리 중에 제대로 기능하는 상황이 얼마나 있겠는가? 이미 차는 떠나고 없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리고 그런 클랙슨을 울릴만한 상황이라는 것이 누군가의 고의로 벌어진 일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러니 누가 좀 실수를 하더라도 사고가 안 났으면 좀 여유를 가지자. 운전자들은 서로 약속한 것들 중에 자기 마음대로 해석해서 화를 스스로 내는 사람들이 있다. 원래  차선 변경을 하기 위해서 깜빡이를 켜면 뒷 차는 속도를 줄이는 것이 맞다. 우회전 직진 동시 차선에서는 우회전을 하고 있지 않더라도 기다려주는 것이 당연해야 한다. 어린이 보호구역에서는 제한속도를 지키고 시내에서 정속 주행을 하는 것이 우리가 사회적으로 약속한 것이다. 그러나 가끔 운전자들은 화가 많아서인지 제 속도로 달리고 있다고 화를 내곤 한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이 개별 운전자의 잘못은 아닐 것이다. 애초에 너무 바쁘고 여유 없이 돌아가는 우리 사회의 문제다. 그렇다면 여유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어야 하는데 우리는 거꾸로 가고 있다. 서울시는 2021년 6월부터 똑똑한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한다. 내비게이션에서 전방 신호등의 표시와 변경 시간을 초단위로 알려준다고 하고 도로 내 불법 주정차나 다양한 위험 신호를 같이 알려준다고 한다. 도로 내 위험 물을 알려주는 시스템이야 안전상 도움이 될 것 같지만 신호등의 시간을 초단위로 알려주는 것은 어떨지 의문이 든다. 예상컨데 신호 바뀌기 전에 가기 위해 뒤에서 빵빵거리는 일이 더 늘어나지는 않을까? 사거리의 신호등 바뀌는 것 까지 계산해서 출발 준비를 하는 서울 사람들에게 사방에서 1초 전에 출발해서 대 참사가 벌어지는 것은 아닐까? 그런 걱정부터 드는 것이 내 기우이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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