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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가 쌓은 벽을 허물려면_장애(1)


  장애복지법 시행령 2조에 따르면 장애유형은 크게 신체적 장애와 정신적 장애가 있습니다. 먼저 신체장애는 외부장애와 내부장애가 있으며 외부장애에는 지체장애·뇌병변장애·시각장애·청각장애·언어장애·안면장애가 있습니다. 먼저 지체장애란 질병 및 외상으로 인한 상지·하지 기능의 장애로 절단장애, 관절장애, 지체기능장애를 수반하는 장애를 의미합니다. 뇌병변장애란 뇌성마비, 뇌졸중, 외상성 뇌손상 등의 뇌 손상에 의한 장애입니다. 시각장애는 시력, 시야, 광각, 색각, 안구 운동 등의 기능 장애를 의미합니다. 청각장애는 청각 기능의 손상으로 인한 소리 판별의 장애로, 청력장애와 평형기능장애를 포함합니다. 언어장애는 언어를 이해하고 표현하는 능력의 발달이 늦거나 이상이 있는 경우이며, 안면장애는 안면부위의 변형으로 인하여 사회생활을 하는데 상당한 제한이 있는 장애입니다.


    내부장애에는 신장장애·심장장애·호흡기장애·간장애·장루/요루장애·뇌전증장애가 있습니다. 이는 각각 신장, 심장, 호흡기, 간, 장/요루, 뇌전증 으로 인하여 일상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받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정신적 장애에는 지적장애, 자폐성장애, 정신장애가 있으며 발달장애는 지적장애와 자폐성장애를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먼저 지적장애란 IQ 70이하로, 지능을 포함한 지적 및 인지능력과 심리적, 사회적 적응 능력이 부족하여 일상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받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자폐성장애란 사회적 상호작용과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고, 제한적이고 반복적 행동을 특징으로 합니다. 정신장애란 양극성 정통장애(여러 현실 상황에서 부적절한 정서 반응을 보이는 장애), 조현병 및 재발성 우울장애 등에 따른 감정조절과 행동, 사고 기능 및 능력이 제한되어 일상생활에 제약을 받는 경우입니다. 


   이처럼 장애의 모습에는 신체적 장애, 정신적 장애라는 큰 틀 하에 15가지 유형이 존재합니다. 이 유형은 각기 나타날 수도 있고, 두 가지 또는 그 이상이 중복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장애인과 비장애인이라는 사회의 이분법적 구분 속에서 장애인의 모습은 단일화되어 우리 머릿속에 떠오르곤 합니다. 장애인에게 가해지는 단일한 고정관념과 장애유형에 대한 미비한 인식은 개별 장애인의 장애 유형에 알맞은 장애인 편의시설이나 제도적 지원의 부족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장애’에 보다 친화적인 사회를 일궈나가기 위해, 장애에 대한 단일한 시선을 벗어나, 다양한 장애 유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장혜영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어른이 되면(2018)'

영화 '어른이 되면' 포스터 Ⓒ네이버 영화



    장혜영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어른이 되면(2018)>은 동생 혜정이 시설을 벗어남으로써 시작된다. 13살이었던 혜정은 어느 날, 경기도의 한 장애인 시설로 보내졌다. 혜정의 둘째 언니 혜영이 혜정을 시설에서 데리고 나오기까지 혜정은 18년의 세월을 보냈다. 혜정이 중증 발달장애인이었기 때문이었다. 발달장애인은 지적장애인과 자폐성장애인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혜정은 지적장애와 자폐성장애를 모두 가지고 있다.


    어린 시절의 혜정에게는 늘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다. 그러나 혜정을 도울 제도는 부재했고, 가족들은 온종일 혜정의 곁에서 그녀를 돌봐야만 했다. 혜정을 돌보는 것은 언제나 가족의 책임으로 일임됐다. 결국 13살의 혜정은 시설에 입소해, 그녀의 의사와 무관하게 ‘보호’라는 미명으로, 사회로부터 격리된 삶을 살아야했다. 2016년, 혜영은 혜정을 시설에서 데리고 나오기로 마음먹었다. 그때부터 자매는 주말을 함께 보내며 준비기간을 거쳤고, 18년간의 공백이 조금은 흐려졌을 무렵, 자매는 같이 살기를 시작했다.


영화 '어른이 되면' 스틸컷. Ⓒ네이버 영화


    혜영이 혜정을 데리고 나올 때, 당분간은 ‘나의 시간’이 아닌 ‘혜정이 언니로의 시간’을 가지기로 다짐했다. 이는 평생 혜정이의 언니이자 가족으로만의 삶을 살아가겠다는 것이 아닌, 혜정이 역시 ‘나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온전한 사람임을 일깨워주기 위해서였다.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시설에 보내지지 않고 두 사람이 자매로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있다면, 혜영은 18년간의 공백을 채워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혜영이 혜정에게 주는 일방향의 돌봄이 아닌 새로운 관계를 맺을 수 있으리라는 가능성을 보았던 것이다.


    혜정이 새로운 사람을 만나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기 위해 자매는 노들장애인야학을 찾았다. 노들야학은 1993년부터,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제도권 교육에서 배제된 성인 장애인들이 함께 공부하고 투쟁해온 공동체다. 노들야학에는 아프리카 댄스를 배우는 등 다양한 수업들이 있었다. 춤과 노래를 좋아하는 혜정이었기에 혜영은 혜정이 지나치게 흥분할 수도 있겠다는 걱정과 기대를 품었다. 그러나 수업이 시작돼도 혜정은 좀처럼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한번 해보자는 혜영의 말에 잠시 참여하다가도 금새 흥미를 버렸다. 그 모습을 본 촬영감독 정민은 혜정이 ‘내가 음악을 좋아할 순 있지. 하지만 이 음악은 아니야’라고 생각했을 것이라 말했다. 노들야학에서의 시간을 통해 조금씩 혜영은 혜정이 독립된 개성과 욕구를 가진 하나의 존재라는 걸 알게됐다.



    혜영혜정 자매가 함께 살아가면서, 혜영은 혜정이 좋아하는 것을 많이 알아갔다. 혜정은 트로트와 디즈니의 ost를 좋아한다. 노래가 나오면 어느 곳이든 무대가 된다. 커피를 마시는 것도 좋아한다. 기회가 될 때면 믹스커피 한 봉지를 뜯어 입에 털어넣기도 한다. 스티커 사진을 찍는 취미도 생겼다. 혜영은 혜정과 함께 살아가면서, 혜정이 본인만의 취향을 가진 독립된 인격체라는 것을 실감해나갔다.

영화 '어른이 되면' 스틸컷. 혜영혜정 자매가 해변에서 함께 노래를 부르고 있다. Ⓒ네이버영화

 


   영화의 제목 <어른이 되면>은 혜정이 하고 싶은 걸 할 수 없을 때면 중얼거리던 말이었다. ‘어른이 되면 뭐든 할 수 있어’라는 말로 혜정이 하고 싶던 것은 언제나 ‘어른’이 된 후로 유예됐다. 혜영은 “사람들은 동생이 정말 어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혜영은 이렇게 덧붙였다. “그러나 나는 동생이 정말로 어른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우린 늘 누군가가 필요하다.” 혜영의 말대로 정말 혜정은 어른이 될 수 있을까. 혜정이 어른으로 대해지는 세상은 언제쯤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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