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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맥도강 Jul 01. 2023

맨손체조의 비밀

어설픈 물리주의자의 좌충우돌기

건강을 위하여 운동을 하겠다고 결심했을 때 가장 중점적으로 고려할 사항은 무엇일까? 문제는 365일을 하루같이 꾸준히 할 수 있느냐 이다. 그런데 여러 사정상 365일을 한결같이 같은 운동을 꾸준히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격한 운동이 부담스러워서, 시간이 부족해서, 또 밖에 비가 와서, 등등의 사유로 일 년을 심지어는 십 년을 한결같이 지속하기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돌이켜서 생각해 보면 우리 집 역시도 홈쇼핑에서 대박을 터트린 여러 종류의 운동기구들이 스쳐서 지나갔다. 하지만 매번 결론은 동일했다. 시작은 창대했을지라도 끝은 초라하기가 그지없었다. 몇 번 사용하는 둥 마는 둥 잠시 빨래거치대로 사용되다가 종국에는 돈을 주고서 폐기처분하기를 반복하는 형태였다. 지금도 우리 막둥이의 얼굴에 난 흉터는 막 걸음마를 떼기 시작하던 무렵 자전거페달모양의 운동기구에 찍혀서 생긴 자욱이다. 그나마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 수 없을 정도로 옅어지기는 했지만 홈쇼핑 운동기구에 대한 기억은 언제나 쓴맛을 다시게 한다.


함께 삼십 년을 살아오면서 와이프가 내린 결론은 다른 건 몰라도 무던함 하나는 '인정!' 이란다. 사실 학창 시절에도 이해력이나 기억력 부분에서는 확실히 중간이하를 맴돌았던 것 같다. 하지만 딱 한 가지! 엉덩이 무거운 것 하나만큼은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한번 방향이 정해지면 주야장천 돌직구로 직진했으니 확실히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최고의 유산이었다. 이제 인생의 잔여 배터리가 30% 정도 남겨진 시점에서 지난 인생을 총평해 보자면 그럭저럭 B학점 정도의 인생을 살아왔다고 자부한다. 이것 찔끔 저것 찔끔 기웃거리지 아니하고 진득하니 한우물을 팠던 결과가 아닌가 싶다.


맘속으로 자주 되뇌 일종의 주문 같은 말이 있다. '죽이 되던 밥이 되던 끝까지 한번 가보자!' 문맥을 뒤집어서 생각해 보면 사실은 서슬이 퍼런 칼날이 서려있다. 죽도 밥도 아니라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는 뜻이 담겨있으니 섬뜩함이 느껴진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아무튼 한우물을 돌직구로 파다 보면 그 분야의 진정한 한계를 맛볼 수 있다. 한계치까지 파보지도 않고 눈짐작만으로 건성건성 평가하는 방식이라면 망망대해를 떠도는 떠돌이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고질적인 허리디스크와 오십견 때문에 정형외과와 한의원을 이웃집 마실 다니듯이 들락거렸지만 매번 그때뿐이었다. 십 년 전으로 기억되는데 허리부위에 직접 긴 바늘의 주사를 시술한 정형외과 원장이 차라리 맨손체조를 권했다. 그래도 그렇지 헬스 수영 승마 등산 골프 테니스 자전거 조깅도 아니고 살짝 없어 보이는 맨손체조라니. 다행히 맨손체조를 무시하는 나의 편견보다는 주치의에 대한 신뢰가 한 수 위였다. 아울러서 초중고 학창 시절을 통해서 맨손체조에 대한 친숙함이 내재돼 있어 속는 셈 치고 일단 시행해 보기로 했다.


플레이스토어에서 다운로드한 국민체조를 바탕화면에 깔고 아침 일곱 시마다 우리 집 거실에서는 익숙한 음악소리를 울려 퍼지게 했다. 기왕 할 운동이라면 골프나 테니스정도는 돼야 모양새가 날 텐데 이건 뭐 남들 보기에도 초라해 보이는 동작을 반복하려니 여간 민망한 일이 아니었다. 처음 시작할 때는 오십견과 허리디스크 때문에 동작을 제대로 따라 할 수도 없어 엉터리로 겨우겨우 흉내만 내는 식이었다. 그런데 하루이틀, 일주일 이주일, 한 달 두 달, 시간이 지나가자 나의 몸상태가 조금씩 개선되면서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다. 이 좋은 운동을 아침시간 한차례만 하기에는 살짝 부족한 듯하여 2회로 다시 3회로 그리고 저녁에도 반복시행하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십 년 세월 동안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아침저녁으로 매회당 3회씩, 그 없어 보이는 맨손체조를 참 열심히도 하고 있다. 십 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하나의 생활습관으로 자리를 잡은 비결이라면 웬만해선 예외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명절날도 마찬가지다. 다만 연휴를 맞이하여 모처럼 딸아이가 집을 찾을 땐 특별히 볼륨을 최소한으로 줄여주지만 내 사전에 건너뛰는 법은 없다. 단 하루만 어떨까 싶어 건너뛰는 예외를 인정하게 되면 술담배와 마찬가지로 '십 년 세월 도로아미타불'이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긴가민가하면서 지켜만 보던 와이프도 이제는 '국민체조 시작!' 소리에 만사를 제쳐놓고 자동적으로 내 옆에 선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맨손체조를 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초창기에는 없던 광고가 은근슬쩍 자리를 차지한 것으로 봐서는 꽤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지 않을까 짐작된다.


기왕이면 골프나 승마처럼 남들 보기에도 나는 운동이 아무렴 맨손체조보다야 훌륭한 운동이겠지만 그렇다고 365일을 아침저녁으로 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제아무리 화려한 운동이라 할지라도 어차피 근육을 풀어주는 기초운동은 맨손체조의 몫이다. 십 년을 한결같이 맨손체조를 하면서 대체 얼마나 효과를 봤느냐고 묻는다면 우선 내 몸이 엄청 좋아한다고 말하고 싶다. 몸이 가벼우니 컨디션도 좋아지고, 체중의 변화도 없지만 밥맛도 좋고, 아무튼 여러모로 내 몸과는 찰떡궁합인 것 같다. 그리고 부수적인 수확이라면 그 사이에 정형외과와 한의원을 찾을 일이 사라져 버렸다는 사실이다.


운동이라고는 매주 일요일 근교산으로 등산 가는 것이 전부지만 운동량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다.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좋아서 하는 농사일도 얼마든지 좋은 운동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한다면 그것은 노동이지 운동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좋아서 즐거운 마음으로 하는 농사일은 잘은 모르지만 내 몸이 그것을 훌륭한 운동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물론 단순히 일하면서 걷는 운동만으로는 운동의 질적인 측면에서는 다소 부족할 수도 있겠지만 그 부족분을 맨손체조가 거뜬히 보충해 준다고 생각한다.


농사일을 할 때마다 왼쪽 뒷주머니에는 스마트폰이, 오른쪽 주머니에는 주파수가 고정된 작은 라디오가 들어있다. 온종일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오는 방송인데 웬일인지 요사이는 클래식 마니아라도 된 듯 그렇게 마음이 편안해진다. 농사일을 마치고 스마트폰의 걷기 웹에 나타난 하루의 활동량을 체크해 보면 만보정도는 기본이다. 클래식음악을 들으면서 설렁설렁하는 농사일이지만 가뿐히 만보를 걸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지난 십 년의 세월과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일어나서 걸을 수만 있다면 삶의 배터리가 종결되는 그날까지 맨손체조와 함께 하고 싶다. 이렇듯 맨손체조는 이제 내 생활에서 없었서는 안될 삶의 일부가 되어버렸다. 스마트폰의 웹만 실행하면 거실에서 TV를 보면서도 편안하게 할 수 있는 운동이 바로 맨손체조다. 다른 운동과 비교했을 때 단기적인 효과면에서는 다소 낮은 등급의 운동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마음만 먹는다면 누구라도 365일을 한결같이 지속할 수 있는  같은 운동이라 할 수 있다. 


 어차피 인생은 100m 달리기가 아니라 천천히 달려가더라도 완주하는 사람이 이기는 마라톤이라고 하지 않던가! 단순히 눈으로 보이는 것만 다가 아닐 수 있다. 긴 안목으로 내면의 깊은 부분까지 따져봤을 때 맨손체조만 한 훌륭한 운동도 없을 것 같다. 그리하여 맨손체조는 이제 내 인생의 소중한 동반자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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