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후 벽에 세워 두었던 고무보트를 내렸다.배터리에 연결된 모터는 빠른 걸음으로 걷는 정도의 속도밖에는 내지 못하지만 그래도 소음이 전혀 없어 조용한 뱃노리를 즐기기엔 안성맞춤이다. 명지시장통까지 갔다 오려면 한 시간가량이 소요되는데 한창 에코델타시티 공사가 진행 중인 강 건너편엔 오늘이 휴일이어서 그런지 마냥 조용하기만 하다.
강의 이쪽 편에 위치한 카페 손님들이 간혹 보트를 바라볼 뿐 그 어디에서도 보트에 탄 나를 주시하지는 않는다.
홀로 보트놀이를 하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어 가족 톡방에 올렸더니 아이들이 툭툭 한 마디씩 던진다.
‘왜 아빠 혼자 노는데?’
‘엄마는?’
그제야 장황하게 사정 얘기를 하는 와이프의 톡이 올라왔다. 친구들이 놀러 와서 어쩌고 저쩌고… 방금 친구들을 공항까지 바래다주고 오는 길이라며 어쩌고 저쩌고… 기왕 이렇게 된 거 저녁에 마당에서 고기나 구워 먹자고 하니 잽싸게 큰아들에게서 집에 들르겠다는 화답이 왔다.
그렇잖아도 다음 주에 큰 아들의 생일이 예정돼 있어 앞당겨서 파티를 해줄 요량으로 와이프가 케이크까지 준비해 둔 터였다.
평상에 둘러앉아 육즙이 잘잘 흐르는 돼지 목살구이로 실컷 배를 채운 후 아들이 8월 12일을 언급하기에 순간적으로 깜짝 놀랐다.
어떻게 알았지? 100회 공모전의 마지막 회가 연재되는 날인데 이 놈이 어떻게 알았지? 그런데 저희 전셋집 이삿날이 그날이라고 했다. 그럼 그렇지! 내가 뭘 기대하고 있나?
오늘 아침도 출근에 앞서 베란다 카페에서 와이프와 커피타임을 가졌다. 와이프의 눈치를 살피며 주섬주섬 꺼낸 말이 옹색하다.